[옴부즈맨 칼럼] 주변 의인과 천사가 주는 희망/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주변 의인과 천사가 주는 희망/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입력 2015-01-20 17:52
수정 2015-01-2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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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지난 1월 10일 4명이 사망하고 126명이 부상당한 경기도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 현장에 있었던 숨은 의인들의 영웅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동아줄 의인’으로 불리는 이승선(51)씨는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30m 길이 밧줄로 10명의 생명을 구했다. 옥상 난간에 판자를 연결해 12명을 옆동으로 대피시킨 진옥진(34) 새내기 소방관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불길 속에 몸을 던졌다. 옆 건물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하다가 연기로 가득한 건물 10층까지 세 차례를 오르내리며 주민들을 대피시킨 염섭(62)씨는 “세월호 선장과 같이 비겁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우리를 한번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주말 여느 때와 같이 필자가 체육관에서 운동을 마친 뒤 택시에 올랐을 때는 모처럼 눈이 날리고 있었다. 젊은 시절 좋은 직장에서 근무했을 법한 택시기사가 흘끗 쳐다보더니 “요즘 유달리 사고도 많고 사건도 많아 온통 나라가 어수선…”이라고 운은 뗀 뒤 말끝을 흐리면서 내 화답을 기다렸다.

나는 “요즘 스마트폰 동영상과 사진으로 속속들이 국민들이 보고 있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라고 지극히 조심스럽게 답했지만 어느새 지난 몇 달간의 사건·사고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땅콩 회항 사건이 보여 준 재벌 자녀의 비뚤어진 특권의식, S대 모 교수의 성희롱 사건, 하버드대 박사 출신인 서울시향 대표의 모욕적 막말 파동이 국민들의 눈에는 갑(甲)질 문화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필자를 포함해 국민 모두의 공분을 산 인천 모 어린이집 가해 보육교사(33)의 상습적 폭행과 학대는 양심불량 어린이집의 인면수심 그 자체다.<서울신문 1월 8, 17일자>

하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 선원들과 달리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친구와 제자 그리고 승객을 구한 의인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디 의인들뿐이겠는가. 얼굴 없는 천사도 많이 있다. 지난해 말 대구에서 1억 2500만원을 건네고 홀연히 사라진 60대 남성, 서울 명동에서 1억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전달하고 자취를 감춘 사람,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15년째 거르지 않고 수천만원씩 익명으로 기부한 독지가 등.<서울신문 2014년 12월 31일자>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부자인 천사들도 많다. 서울 서대문구 인왕산 중턱에서 2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개미마을’은 6·25전쟁 때 피란민들이 판잣집을 지어 살면서 형성된 달동네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곳 주민들은 사회에서 받은 도움을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연말이면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기초수급자 할머니도 빠짐없이 1만원짜리 ‘통 큰 기부’를 하고 있고, “작은 방에서 연탄불로 겨울을 나는 어르신들도 500원, 1000원이라도 꼭 쥐여 주신다”고 통장 이선옥(57)씨는 말한다(기초수급 어르신들 이웃돕기 마음은 ‘알부자’, 서울신문 1월 7일자 25면).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의인과 천사들이 많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희망을 준다. 내 생애뿐만 아니라 우리 후세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이어 줄 것이다.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큰 희망이 살아 있어 오늘도 참 따뜻한 겨울을 느낀다.
2015-01-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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