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산 호수’/최나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산 호수’/최나무

입력 2017-08-25 17:52
수정 2017-08-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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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무 ‘산 호수’ 50×72.8㎝, 캔버스에 아크릴
최나무 ‘산 호수’ 50×72.8㎝, 캔버스에 아크릴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동 대학원 판화 전공. 도쿄 긴자예술연구소(2008), 서울 갤러리담(2009, 2017) 개인전
도라지꽃 연정/송찬호

나는 이제 좁쌀보다도 작은 백도라지씨를 더는 미운 마음으로 가려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래도 사방이 온통 보랏빛인 청도라지 꿈을 꾸다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나는 길을 잘못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반달을 툭 분질러 깨문 것같이, 길을 잘못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산길을 걸을 때 희기도 하고 보랏빛이기도 한 얼룩이 옷에 묻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산첩첩 노루산장에서 하룻밤 자고 오기도 했다

도라지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다 자라면 보라색과 흰색 꽃을 피운다. 주로 식용, 약용,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도라지는 감기, 거담, 고혈압, 골절, 기관지염, 늑막염, 담 따위에 두로 잘 들어서 달여서 약재로 쓰고, 뿌리는 껍질을 벗겨 나물 무침으로 많이 먹는다. 나는 청도라지 꿈을 꾸다 벌떡 일어난 적이 있던가. 한밤중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운 적이 있던가. 나는 청도라지 꽃 같은 이를 사랑했었는지도 몰라. 어떤 사랑은 희거나 보랏빛인 얼룩을 인생이라는 옷의 안감에 남긴다. “나는 길을 잘못 걸어왔는지도 모른다”라고 회한이 가슴을 저리게 할 때 산첩첩 노루산장에서 하룻밤 자고 오고 싶다.



장석주 시인
2017-08-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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