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14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서용선 · 소야곡/민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14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서용선 · 소야곡/민영

입력 2019-10-17 17:34
수정 2019-10-18 01:5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14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서용선
14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서용선 143.5×230.5㎝,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0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 제26회 이중섭미술상
14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서용선

143.5×230.5㎝,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0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 제26회 이중섭미술상

소야곡 / 민영

하모니카가 지나간다

야심한 시간 11시 35분

손님이라곤 없는 전동차 안에서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하모니카 소리가 지나간다

한 손에는 동냥 그릇

또 한 손에는 악기를 들고

비실비실 뒤뚝뒤뚝

앞 못 보는 하모니카가

하루의 노동으로 곯아떨어진 승객들 사이로

소야곡을 울리며 지나간다

하늘이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 예전엔 이즈음을 독서의 계절이라 불렀다. 삶이 아무리 힘들고 핍진해도 나무 벤치에 앉아 책 한 권 읽는 것이 영혼을 위한 소슬한 공양이었다. 늦은 밤 귀갓길, 전동차에 앉아 책을 읽는 이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럴 때 하모니카를 불며 지나가는 이가 있다. 눈 감고 하모니카 소리를 들으며 인생이란 한없이 쓸쓸하면서도 얼마나 우아할 수 있는가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독서의 계절이란 말은 사라지고 없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 모두 핸드폰에 골몰한다. 평생 핸드폰을 바라보다 관에 들어가는 것, 인생의 정의일지 모른다.

곽재구 시인
2019-10-1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