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바위산에 간 까닭은/탐조인·수의사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바위산에 간 까닭은/탐조인·수의사

입력 2022-02-27 20:32
업데이트 2022-02-28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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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불암산 정상에서 만난 바위종다리.
2022. 2. 불암산 정상에서 만난 바위종다리.
올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이 많은 것 같다. 사나흘 잠시 따뜻해졌다가 일주일씩 춥기를 반복한다. 춥다고 탐조를 안 나가면 탐조할 날이 별로 없으니 옷깃 단단히 여미고 길을 나섰다. 산으로 이어지는 계단 중간쯤 산에서 내려온 물이 얼어 길 옆으로 우회했다. 헉헉거리며 계단을 오르니 이번에는 바위가 위로 이어진다. 바위 옆의 안전 로프를 잡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 휘이잉, 바람 소리도 거세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추운 날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즈음 예쁘고도 명랑한 새소리가 들린다. 등산을 몹시도 싫어하는 나를 움직이게 한 녀석, 바위종다리다.

새를 보러 다니기 전에는 깊은 산속에 가야 새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탐조를 다녀 보니 새들은 깊지 않은 산 어귀의 숲에 가장 많고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거의 없다. 등산을 싫어하는 탐조인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겨울철새로 오는 바위종다리는 예외라서 바위산, 그것도 바위산의 거의 정상에 있는 바위에서만 지낸다. 사람을 무척 싫어해 멀리멀리 바위산 꼭대기를 서식지로 정했나 싶지만 사실 이 녀석은 사람을 겁내지 않고 잘 따른다. 등산객들이 옆에서 도시락을 먹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할 일을 하는 데다 때때로 등산객들이 먹을거리를 주면 용감하게 손 위에 올라가서 먹기도 한다. 몇몇 사람이 시도해 보았지만 모든 사람이 간택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문득 바위종다리의 기준이 뭔지 궁금해진다. 바위종다리에게 잘 보이려고 먹을 것을 이것저것 줘 봤는데, 내 입맛에 더 맞는 달콤한 과자부스러기보다는 들깨와 잣을 훨씬 좋아한다. 다만 잣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작게 으깨 줘야 더 잘 먹는다.

높고 험한 바위산 꼭대기에 먹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궁금하다. 바위 중간 틈바구니에 있는 낙엽이나 풀 사이의 작은 씨앗, 곤충, 거미 등을 먹는다고 하고, 등산객이 흘린 음식 부스러기도 먹는단다. 부족한 수분은 눈송이를 찍어 먹으며 보충하기도 한다. 바람을 막아 주는 바위 옆에서 햇빛을 받으며, 바위종다리가 날고, 먹이를 먹고,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행복하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은 너무 힘들다. 내 생애 더이상 바위종다리 탐조는 없을 거라며 힘겹게 내려가지만 또 모르지. 왜 사서 고생인가 투덜거리며 바위산에 오르는 나를 또 발견할지도.

2022-02-2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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