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후폭풍…미-중ㆍ러 갈등 표면화

스노든 후폭풍…미-중ㆍ러 갈등 표면화

입력 2013-06-26 00:00
업데이트 2013-06-2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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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국(NSA) 등의 기밀 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일으킨 파장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간 갈등이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스노든이 중국의 영향권인 홍콩을 벗어났지만 새 대국관계를 기대하던 미ㆍ중 양국의 감정싸움은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고,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날 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극도로 민감해진 미국 정부가 중국, 러시아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면서 자칫 국제사회가 새로운 냉전시대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 미ㆍ중, 새 대국관계 흔들 = 미국 정부가 스노든의 도피를 방조한 홍콩은 물론 중국까지 싸잡아 비난하자 지금껏 강경 대응을 자제하던 중국 정부도 질세라 비판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 중앙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해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마디로 미국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내달 열릴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정부의 해킹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노골적으로 미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인민일보는 “훔친 물건이 드러났지만 강도는 미안한 마음 없이 도둑맞은 사람의 합법 행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것이 과연 강대국이 취해야 할 국제원칙인지 묻고 싶다”고 힐난했다.

전날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스노든의 러시아행을 두고 홍콩과 중국의 ‘의도적 선택’이라고 규정하면서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스노든 사건의 여파가 미·중 양국의 거침없는 공방전으로 이어지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합의한 ‘새로운 대국 관계’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한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당장 내달로 예고된 미·중 경제전략대화가 협력과 공영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보다는 스노든 사건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일전을 치르는 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 푸틴 역공 “미국, 헛소리” =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스노든을 받아들인 러시아를 잇따라 비난하자 러시아는 역공을 취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스노든 개인과 그와 미국 법무부 관계, 그의 세계 여행 등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그는 스스로 자신의 (여행) 경로를 선택했으며 이에 대해 우리는 언론을 통해 알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 러시아로 오게 된 과정에 러시아 정부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으며 모스크바 국제공항의 환승 구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스노든이 러시아로 입국한 것도 아니라는 항변이다.

핀란드를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날 “우리 정보기관은 한 번도 스노든과 접촉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한 국가에만 해당 국가 국민을 인도할 수 있지만 미국과는 그런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서 스노든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스노든이 법의 심판에서 벗어나는 일을 러시아가 돕고 있다는 미국의 비판을 “헛소리이지 난센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양국간 실무적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전제했다.

◇ 다급한 미국, 압박 속 자제 모드 = 스노든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다급해진 미국 정부는 조기 진화를 위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도 중국ㆍ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와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는 않았지만 스노든의 송환을 위한 법적 근거는 있다면서 스노든의 신병 인도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 정부에 지체없이 스노든을 송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이후 양국이 보여온 강력한 법집행 분야의 협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태가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란다는 푸틴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강도높은 비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존 매케인(공화ㆍ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각자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러시아 제국의 전성기를 꿈꾸는 KGB(옛 소련 첩보기관) 기관원 출신으로, 우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면서 “우리는 현실적인 방식으로 그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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