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유럽시간) 그리스가 선진국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부채를 갚지 못한 국가가 됐다.
이날로 그리스에 대한 IMF와 유럽연합(EU)의 2차 구제금융까지 마무리됐기 때문에 추가적 지원 없이는 그리스는 부채를 갚을 수 없다.
IMF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더 큰 위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그리스 사태가 어디까지 전개됐는지 앞으로 추이가 어떻게 돌아갈지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그리스 어떻게 국가부도까지 왔나.
그리스는 지난 2010년 5월 첫번째 구제금융을 받았고, 이후 2012년 두번째 구제금융까지 모두 2천400억유로가 넘는 자금을 IMF와 EU로부터 지원받았다. 두번에 걸친 구제금융에도 그리스 경제가 회복하지 못하면서 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 정부와 대규모 재정 긴축과 연금 및 노동시장 개혁을 주장하는 채권단과의 협상이 양보없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결국 협상은 지난달말 결렬됐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6월말에 일괄 상환하기로 했던 IMF에 대한 부채 15억5천만유로를 결국 갚지 못하면서 그리스는 국가부도를 맞았다.
◇IMF 채무 못 갚아도 ‘디폴트(부도)’는 아니라는 의견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진 것은 맞다. IMF는 회원국이 채무를 갚지 못하는 것을 ‘디폴트’가 아니 ‘체납(arrears)’ 상태로 규정한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도 민간 채권자에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것만 디폴트로 판단하고 있다. IMF나 유럽중앙은행(ECB)과 같은 공공기관에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은 디폴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공적자금 지원을 받는 국가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에 따른 충격을 막기 위한 것이다. 디폴트가 선언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당장 그리스 국채와 관련 투자에서 발을 빼고, 신용파생상품시장에서는 이른바 ‘신용사건(credit event)’이 발생하게 돼 부도위험을 거래하는 ‘신용부도스왑(CDS)’에서 보험금 지급 등이 초래된다. 하지만 현금이 없어 IMF 채무를 갚지 못한 그리스가 당장 7월 중순 민간채권(사무라이본드 1억4천만유로)을 갚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규정일뿐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졌다’고 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technically) 디폴트로 ‘기술적 디폴트(technical default)’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나온다. 그리스는 지난 2012년 두번째 구제금융을 받을 때도 채무조정을 단행해 ‘기술적 디폴트’에 빠졌었다.
◇그리스 말고도 IMF 채무 체납 사례 또 있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선진국이나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서는 그리스가 처음이다. 그동안 IMF 채무를 갚지 않은 나라는 짐바브웨, 수단, 쿠바 등 개발도상국밖에 없었다. 이 밖에도 최근 디폴트 사례로는 지난 2001년 아르헨티나(950억달러), 2010년 자메이카(79억달러), 에콰도르(32억달러) 등이 있다.
◇채무 못 갚고도 유로존에 남을 수 있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는 중기적으로 위험성이 있지만 당장 우려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그리스는 2012년 ‘기술적 디폴트’ 당시에도 유로존에 남은 전력이 있다. 디폴트 때 유로존이나 EU를 탈퇴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을 뿐더러 EU 조약에서도 회원국의 유로존 탈퇴 규정을 마련해놓지 않고 있다. EU 정상들은 그러나 오는 5일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안 국민투표에 대해 반대가 나오면 유로존을 탈퇴하겠다는 뜻으로 보겠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모든 법적 장치를 동원해서라도 자국이 그렉시트로 내몰리는 경우는 막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그리스가 원하지 않는 유로존 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은 당분간 크지 않다.
◇5일 국민투표가 중요한다.
그리스 사태는 5일 국민투표가 최대 분수령이 될 예정이다. 국민투표를 계기로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의 협상이 순조롭게 재개되고 결국 추가 지원이라는 합의가 나올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투표에서는 지난달 25일 채권단이 제시한 3차 구제금융안에 대해 그리스인들의 찬반을 물을 예정이다.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협상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론대로 찬성이 나온다면 자국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밀어붙이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사임하고 조기총선 실시 후 합의 찬성파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하만 채권단과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 이미 은행영업을 중단되고 예금 인출이 막히는 등 그리스 경제가 혼란한 상태여서 이런 시나리오가 신속하고 걸림돌 없이 진행돼야만 그리스 위기가 더 번지지 않을 수 있다. 여론이 협상안 반대쪽으로 돌아서면 채권단 양보 수위를 높이거나 그리스를 아예 버리거나 양자택일을 해야한다.
◇그리스인들, 그렉시트 왜 싫어하나
지난달 28일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 24~26일 카파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채권단의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47.2%, 33.0%로 각각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67.8%가 유로존 잔류를 원한다고 답한 반면 그렉시트를 바란다는 응답자는 25.2%에 그쳤다. 그리스인들이 긴축에 반대해 지난 1월 긴축반대를 내건 정당 시리자에 표를 줬으나 유로존은 떠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인 것이다. 아테네에서는 긴축반대 시위와 유로존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산티그마 광장에 모인 유로존 탈퇴에 반대하는 그룹은 성명을 통해 “그리스는 유럽에 속한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고 유럽 가족의 일원으로 남기를 희망한다는 목소리를 단결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유럽의 다원주의와 인권과 진봉를 존중하는 유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1999년 창립회원국으로 유로존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이날로 그리스에 대한 IMF와 유럽연합(EU)의 2차 구제금융까지 마무리됐기 때문에 추가적 지원 없이는 그리스는 부채를 갚을 수 없다.
IMF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더 큰 위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그리스 사태가 어디까지 전개됐는지 앞으로 추이가 어떻게 돌아갈지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그리스 어떻게 국가부도까지 왔나.
그리스는 지난 2010년 5월 첫번째 구제금융을 받았고, 이후 2012년 두번째 구제금융까지 모두 2천400억유로가 넘는 자금을 IMF와 EU로부터 지원받았다. 두번에 걸친 구제금융에도 그리스 경제가 회복하지 못하면서 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 정부와 대규모 재정 긴축과 연금 및 노동시장 개혁을 주장하는 채권단과의 협상이 양보없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결국 협상은 지난달말 결렬됐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6월말에 일괄 상환하기로 했던 IMF에 대한 부채 15억5천만유로를 결국 갚지 못하면서 그리스는 국가부도를 맞았다.
◇IMF 채무 못 갚아도 ‘디폴트(부도)’는 아니라는 의견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진 것은 맞다. IMF는 회원국이 채무를 갚지 못하는 것을 ‘디폴트’가 아니 ‘체납(arrears)’ 상태로 규정한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도 민간 채권자에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것만 디폴트로 판단하고 있다. IMF나 유럽중앙은행(ECB)과 같은 공공기관에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은 디폴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공적자금 지원을 받는 국가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에 따른 충격을 막기 위한 것이다. 디폴트가 선언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당장 그리스 국채와 관련 투자에서 발을 빼고, 신용파생상품시장에서는 이른바 ‘신용사건(credit event)’이 발생하게 돼 부도위험을 거래하는 ‘신용부도스왑(CDS)’에서 보험금 지급 등이 초래된다. 하지만 현금이 없어 IMF 채무를 갚지 못한 그리스가 당장 7월 중순 민간채권(사무라이본드 1억4천만유로)을 갚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규정일뿐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졌다’고 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technically) 디폴트로 ‘기술적 디폴트(technical default)’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나온다. 그리스는 지난 2012년 두번째 구제금융을 받을 때도 채무조정을 단행해 ‘기술적 디폴트’에 빠졌었다.
◇그리스 말고도 IMF 채무 체납 사례 또 있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선진국이나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서는 그리스가 처음이다. 그동안 IMF 채무를 갚지 않은 나라는 짐바브웨, 수단, 쿠바 등 개발도상국밖에 없었다. 이 밖에도 최근 디폴트 사례로는 지난 2001년 아르헨티나(950억달러), 2010년 자메이카(79억달러), 에콰도르(32억달러) 등이 있다.
◇채무 못 갚고도 유로존에 남을 수 있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는 중기적으로 위험성이 있지만 당장 우려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그리스는 2012년 ‘기술적 디폴트’ 당시에도 유로존에 남은 전력이 있다. 디폴트 때 유로존이나 EU를 탈퇴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을 뿐더러 EU 조약에서도 회원국의 유로존 탈퇴 규정을 마련해놓지 않고 있다. EU 정상들은 그러나 오는 5일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안 국민투표에 대해 반대가 나오면 유로존을 탈퇴하겠다는 뜻으로 보겠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모든 법적 장치를 동원해서라도 자국이 그렉시트로 내몰리는 경우는 막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그리스가 원하지 않는 유로존 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은 당분간 크지 않다.
◇5일 국민투표가 중요한다.
그리스 사태는 5일 국민투표가 최대 분수령이 될 예정이다. 국민투표를 계기로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의 협상이 순조롭게 재개되고 결국 추가 지원이라는 합의가 나올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투표에서는 지난달 25일 채권단이 제시한 3차 구제금융안에 대해 그리스인들의 찬반을 물을 예정이다.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협상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론대로 찬성이 나온다면 자국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밀어붙이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사임하고 조기총선 실시 후 합의 찬성파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하만 채권단과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 이미 은행영업을 중단되고 예금 인출이 막히는 등 그리스 경제가 혼란한 상태여서 이런 시나리오가 신속하고 걸림돌 없이 진행돼야만 그리스 위기가 더 번지지 않을 수 있다. 여론이 협상안 반대쪽으로 돌아서면 채권단 양보 수위를 높이거나 그리스를 아예 버리거나 양자택일을 해야한다.
◇그리스인들, 그렉시트 왜 싫어하나
지난달 28일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 24~26일 카파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채권단의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47.2%, 33.0%로 각각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67.8%가 유로존 잔류를 원한다고 답한 반면 그렉시트를 바란다는 응답자는 25.2%에 그쳤다. 그리스인들이 긴축에 반대해 지난 1월 긴축반대를 내건 정당 시리자에 표를 줬으나 유로존은 떠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인 것이다. 아테네에서는 긴축반대 시위와 유로존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산티그마 광장에 모인 유로존 탈퇴에 반대하는 그룹은 성명을 통해 “그리스는 유럽에 속한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고 유럽 가족의 일원으로 남기를 희망한다는 목소리를 단결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유럽의 다원주의와 인권과 진봉를 존중하는 유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1999년 창립회원국으로 유로존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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