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국가 선포’ 1년반만에 전세계 공포대상으로

IS ‘국가 선포’ 1년반만에 전세계 공포대상으로

입력 2015-11-14 23:21
수정 2015-11-1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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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히 세 불려 테러리즘 대명사로 떠올라…9·11 배후 알카에다 위상 역전

파리 연쇄 테러가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 확실시되면서 이 조직이 자칭 국가 수립을 선포한 지 1년 반 만에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테러리즘의 대명사가 됐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안바르주를 중심으로 한 반정부 분자를 모아 시작된 무장조직이 급속하게 세를 불려 급기야 국제적 인지도를 갖게 된 것이다.

ISIS 또는 ISIL이라는 약자로 불렸던 이들은 이라크 서부 수니파 지역과 제2도시 모술을 점령하고 시리아 중·동부의 유전지대를 확보하자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시작된 지난해 6월29일 건국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IS는 국가 수립 뒤 참수와 같은 잔인한 살해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유포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공포 전략’을 구사했다.

이들은 이라크 미 군정과 맞서는 과정에서 게릴라전과 폭탄 테러 등 비대칭 전술에 능통했을 뿐 아니라 사담 후세인의 군부 잔당이 합세하면서 정규전 방식의 지상전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지상군이 빠진 미군 주도의 공습도 이들을 격퇴하는 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사이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바레인 등 걸프 지역은 물론 이집트, 리비아를 위시한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까지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지부 조직이 늘어났다.

충성맹세의 진정성 여부를 떠나 IS 지부로 내세우는 게 테러 조직에 유리할 만큼 ‘IS 브랜드’ 효과는 강력했다.

‘괴물’로 성장했지만 IS의 활동 주무대가 이라크와 시리아인 탓에 아무래도 이 지역에 살지 않는 보통 외국인에겐 만성화한 중동의 테러 조직 정도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알카에다 역시 9·11 테러 이전까진 미국 정부조차 심각함을 간과했을 정도로 중동 외에서 테러 조직의 체감 위험도는 낮게 마련이다.

특히 IS는 서방을 겨냥한 국제적 테러를 조직적으로 획책했던 알카에다와 달리 중동에 한정된 ‘존속과 번영’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신생조직으로 인식됐다.

종종 IS를 추종하는 서방의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테러가 벌어지곤 했지만 IS가 직접 기획·실행하는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IS의 일반인에 대한 위험도는 지난달 러시아 여객기 추락과 이번 파리 테러로 급격히 최고치를 향해 솟아오르고 있다.

실제로 IS의 소행인지에 대해선 반론과 의혹이 제기되지만 그렇다고 반증할만한 합리적 근거도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상황은 IS가 실행한 테러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IS는 일방적 주장만으로도 테러의 공포를 전세계에 일반화하는 데 성공했다.

중동에서 일하는 군인이나 구호단체 봉사자 등 특수 직종뿐 아니라 누구나 “나도 IS의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는 9·11 테러 뒤 공포감이 전세계에 고조된 상황과 비슷하다.

아울러 IS의 급부상은 그간 ‘글로벌 테러리즘’의 대명사격이었던 알카에다와 위상이 역전됐다는 의미도 있다.

IS가 세력을 넓히긴 했으나 9·11 테러라는 전대미문의 대형 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의 상징성까진 넘어서진 못했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직후 일부 전문가들은 “IS는 유럽에서 이런 동시다발 테러를 기획할 역량이 아직 없다”며 알카에다에 무게를 뒀을 정도다.

하지만 IS는 러시아 여객기 폭파에 이은 파리 연쇄 테러의 장본인으로 자처하면서 이제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파리 테러 뒤 IS와 연계된 트위터엔 “11월13일을 기억하라. 미국인이 9월11일을 잊지 못하듯 프랑스인도 이날을 잊지 못하리라”라는 글이 올랐다.

알카에다가 미국이 ‘이슬람 지하드의 성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는 점을 9·11 테러의 명분으로 삼았듯 IS도 프랑스의 폭격을 ‘무슬림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저물어가는 알카에다 대신 ‘이슬람과 무슬림의 수호자’로 자처한 셈이다.

IS는 최근 알카에다를 인정하지 않는 ‘족보’를 발표하기도 했다.

IS의 연원을 거스르다 보면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1999년 이라크에서 만든 무장조직 ‘자마트 알타우히드 왈지하드’와 이 조직이 2004년 10월 오사마 빈 라덴에 충성을 맹세한 뒤 이름을 바꾼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AQI·탄짐 카에다 알지하드 피 빌라드 알라피다인)로 연결된다.

이 AQI가 2006년 6월 알자르카위가 폭사한 뒤 그해 10월 알카에다 본부와 연대를 끊고 ISI(이라크 이슬람국가)로 변신해 ISIS를 거쳐 현재 IS에 이르렀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IS는 지난달 말 낸 조직 연보에서 “2006년 1월 알카에다는 다른 조직과 함께 이라크에서 소멸했다. 그해 10월 아부 오마르 알바그다디(사망)가 이끄는 ISI가 모든 분파를 통합했다”고 밝혔다.

알카에다는 1988년 설립부터 2001년 9·11 테러까지 국제적인 악명을 얻기까지 14년이 걸렸지만 IS는 길게 잡으면 ISI가 세워진 2006년부터 9년만에, 짧게 보면 1년 반만에 전세계에 이름을 각인하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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