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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쿠데타, ‘중재’로 봉합됐지만…푸틴 지도력에 큰 상처

러 쿠데타, ‘중재’로 봉합됐지만…푸틴 지도력에 큰 상처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3-06-25 10:14
업데이트 2023-06-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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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벨라루스 중재로 합의 타결
프리고진 벨라루스행…병력 철수하기로
러시아는 프리고진·바그너 처벌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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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관련 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오른쪽은 2017년 7월 4일 크렘린에서 포착된 푸틴 측근이자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FP 연합뉴스
2023년 6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관련 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오른쪽은 2017년 7월 4일 크렘린에서 포착된 푸틴 측근이자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FP 연합뉴스
무장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했던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하루 만에 철수하기로 했다.

러시아 최고 수뇌부를 비판하며 쿠데타를 주도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의 중재 하에 진격을 멈추고 벨라루스로 떠나기로 했고, 러시아는 그와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러시아 최전선에 투입된 병력과 모스크바 간에 벌어진 갈등이 쿠데타 형태로 터져 나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고진 “유혈사태 피하고자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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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 충돌을 피한다며 하룻 만에 모스크바로의 진격을 멈춘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로스토프 온 돈)의 러시아군 남부 사령부를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로스토프나도누(로스토프 온 돈)  AP 연합뉴스
유혈 충돌을 피한다며 하룻 만에 모스크바로의 진격을 멈춘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로스토프 온 돈)의 러시아군 남부 사령부를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로스토프나도누(로스토프 온 돈) AP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스푸트니크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에 기지로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러시아 정부)은 바그너 그룹을 해체하려고 했고, 우리는 23일 ‘정의의 행진’을 시작했다”면서 “하루 만에 모스크바에서 거의 200㎞ 내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 전사들의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으나 이제는 피를 흘릴 수 있는 순간이 왔다”면서 “어느 한쪽 러시아인의 피를 흘리는 데 따르는 책임을 이해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병력을 되돌려 기지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벨라루스 대통령실도 “푸틴 대통령과 합의 하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협상했다”면서 “양측은 러시아 내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리고진이 바그너 그룹의 이동을 중단하고, 상황 완화를 위한 조처를 하라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또 바그너 그룹 소속 병사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합의가 논의되고 있다고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합의가 도출된 후 바그너 그룹이 점령 중이던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이날 오전부터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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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로스토프주 로스토프나도누시에서 한 시민이 바그너그룹의 장갑차 옆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러시아 로스토프주 로스토프나도누시에서 한 시민이 바그너그룹의 장갑차 옆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다만 프리고진과 벨라루스 대통령실 모두 애초 바그너 그룹이 요구한 러시아군 수뇌부에 대한 처벌에 합의했는지 여부 등 상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협상 결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벨라루스 국영 벨타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 결과에 대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의 통화는 이날 저녁에만 두 번째였다.

크렘린 “프리고진 입건 취소…병사들도 기소 안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은 취소될 것이며 그는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바그너 그룹 병사들도 전선에서 그들이 용감히 싸운 점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협상 배경에 대해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추가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유혈사태를 피하는 게 책임자 처벌보다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말도 안 된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러시아군, 항공기 다수 손실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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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 이어 모스크바에서  약 500㎞ 떨어진 보로네시주(州)의 주도 보로네시시(市)의 모든 군사시설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3.6.24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 이어 모스크바에서 약 500㎞ 떨어진 보로네시주(州)의 주도 보로네시시(市)의 모든 군사시설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3.6.24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은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군 시설을 장악한 뒤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 중이었다.

이들은 전날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군 수뇌부의 처벌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내 전선에서 벗어나 러시아로 진입했다.

이에 러시아는 프리고진에 대해 체포령을 내리고 모스크바 등지에서 대테러 작전 체제를 발령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번 사태를 반역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럼에도 프리고진은 투항을 거부하고 모스크바로 초고속 진격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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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세르게이 쇼이구 나와!”
프리고진 “세르게이 쇼이구 나와!” 프리고진 프레스 서비스가 제공한 영상 캡처 사진에 24일(현지시각)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축출을 목표로 무장 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은 자신과 부대원들이 로스토프나도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2023.06.24.
AP 뉴시스
반란 초기 러시아군이 거의 저항하지 못하면서 바그너 그룹은 빠르게 진격을 거듭했다. 이후 러시아가 대테러 작전 체제를 선포하면서 산발적으로 교전도 벌어졌다.

러시아 서남부 보로네시에서는 유류 저장고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고, 러시아군 헬리콥터가 이동 중인 바그너 그룹을 공격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수비에 나선 러시아군은 바그너 그룹의 공세에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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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단이 침투한 러시아 로스토프주 로스토프나도누(로스토프온돈)시 남부 군관구 사령부 인근에 바그너그룹 것으로 추정되는 탱크 한 대가 서 있다. 2023.6.24 TASS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단이 침투한 러시아 로스토프주 로스토프나도누(로스토프온돈)시 남부 군관구 사령부 인근에 바그너그룹 것으로 추정되는 탱크 한 대가 서 있다. 2023.6.24 TASS 연합뉴스
벨라루스 텔레그램 미디어 넥스타는 이날 러시아군이 헬리콥터 6기와 항공관제기 1기 등 항공기 7기를 잃었다고 전했다.

특히 바그너 그룹은 하루 만에 로스토프나도누에서 1000㎞에 달하는 모스크바로 빠르게 접근했다. 전쟁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 빠른 속도로 진군이 이뤄지자 모스크바의 긴장은 크게 고조됐다.

이날 붉은 광장과 시내 주요 박물관이 폐쇄됐으며, 시 당국은 도로 폐쇄 가능성에 따라 주민들의 통행 자제를 촉구했다. 26일 하루는 위험 최소화를 위해 모스크바에 휴무일이 지정됐다.

모스크바 남부 외곽 지역에는 장갑차와 병력이 주둔한 검문소가 설치됐고, 모스크바로 향하는 일부 도로에서는 바그너 그룹의 진격을 막기 위해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도로를 파헤쳐 끊는 모습도 포착됐다.

푸틴 지도력 타격…“23년 집권중 가장 심각한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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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과 관련 TV연설을 하고 있다. 2023.6.24 크렘린궁 공보실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과 관련 TV연설을 하고 있다. 2023.6.24 크렘린궁 공보실
벨라루스의 중재로 양측이 모스크바를 코앞에 두고 정면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푸틴 대통령으로선 이번 일로 정치적 리더십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진행되는 가운데 자신이 믿고 쓴 바그너 그룹으로부터 발등을 찍힌 데다, 상황 수습도 결과적으론 자신이 부하처럼 대하던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손에 맡긴 셈이라 이래저래 면을 구기게 됐다.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 등은 푸틴 대통령이 23년간 러시아를 통치한 이래 가장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지난 몇 달간 프리고진이 러시아 군 수뇌부를 공개 비판할 때 푸틴 대통령은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이 충성스러운 부하를 내세워 군 수뇌부를 견제하려는 ‘큰 그림’을 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까지 진격하며 크렘린궁을 위협하자 이런 분석은 무색해지고 푸틴 대통령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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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6.21 스푸트니크/로이터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6.21 스푸트니크/로이터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직후 직접 TV 연설에 나서 프리고진의 반란은 “반역”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상황은 더 명확해졌다.

CNN은 “푸틴이 그동안 유지해 온 독재 체제의 궁극적 장점인 완전한 통제력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NYT도 1999년 12월 31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임명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극적인 도전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이번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진압됐다 하더라도 그 여파가 당분간 지속돼 정치적 불안정을 조장하고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에 물음표를 제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리하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해 인적·물적 피해와 내부 분열만 키웠다는 비판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는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되든 푸틴의 신뢰성과 정당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대국민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통제력 상실이 입증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루 만에 그들은 백만 단위의 도시 여러 개를 잃었고 모두에게 러시아 도시를 장악하고 무기고를 탈취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인들을 향해 “여러분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더 오래 있을수록 러시아는 더 황폐해질 것이다. 푸틴이 크렘린에 더 오래 있을수록 더 많은 재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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