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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낙태권 뒤집기’에 둘로 쪼개진 美… 중간선거 판도 뒤집힌다

대법 ‘낙태권 뒤집기’에 둘로 쪼개진 美… 중간선거 판도 뒤집힌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2-05-04 22:22
업데이트 2022-05-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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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낙태권’ 금지 초안에 발칵

“법원 낙태시켜라” “생명은 소중”
대법원 정문 앞 밤늦게까지 충돌
바이든 “낙태 옹호 후보 선택을”
11월 선거 앞두고 ‘정치 쟁점화’
대법 “최종 입장 아냐” 유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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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 나의 선택’ 항의 시위 나선 여성들
‘나의 몸, 나의 선택’ 항의 시위 나선 여성들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해 온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여성들이 ‘나의 몸, 나의 선택’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무효화될 경우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텍사스, 유타, 미주리를 포함한 26개 주에서 낙태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뉴욕 AP 연합뉴스
“나의 몸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 vs “낙태는 살인이다”(Abortion is murder).

미국 연방대법원이 약 50년간 지속돼 온 ‘낙태권 보장’ 판결을 뒤집을 거라는 보도가 나온 이튿날인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대법원 정문 앞 1번가에는 밤늦게까지 시민 수백명이 피켓을 든 채 항의 구호를 외쳤다.

펜실베이니아주 클리어필드에서 4시간을 운전해 온 대학생 애냐 프리치는 “낙태권은 단지 임신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 보장의 상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0대 크리스티나 롱은 “내 인생에 가장 비극적인 결정이다. 낙태가 제한되는 한 여성혐오와 가부장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 현장에는 남성들도 많이 보였다. 직장인 패트릭 루이스는 “여성에 대한 억압이다. 대법원은 경찰 국가를 만들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낙태 권리를 옹호했다. 반대편에서는 낙태 금지를 찬성하는 시민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생명은 소중하다”, “삶을 우리가 결정해선 안 된다”고 외쳤다. 낙태권을 놓고 분열된 여론을 상징하듯 대법원 정문 앞 도로도 경찰차와 바리케이드로 막혀 통제됐다.

전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해 대법원 내에 회람한 다수 의견서 초안을 입수했다며 연방대법원이 임신 24주(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대법관이 ‘보수 6명·진보 3명’의 구성으로 재편되면서 커졌던 우려가 현실화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여성의 선택권은 근본적”이라며 “법의 기본적 공평함과 안전성 측면에서 (판결이) 뒤집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이 뒤집힐 경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권자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낙태권을 옹호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국 사회에서 낙태 문제가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라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정치 쟁점화하는 양상이다.

초안이긴 하지만 판결 내용의 전무후무한 사전 유출에 대한 우려와 진상조사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번 일은 법원과 직원에 대한 모욕이자 신뢰를 손상하는 극악무도한 일”이라며 유출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다만 로버츠 대법원장은 유출된 초안이 진본임을 확인하면서도 최종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공화당은 대법원을 지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활동가들의 압력에 굴복하는 법원은 사법적 정당성을 약화할 뿐”이라며 정치적 반발을 무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2022-05-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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