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윤형주·김세환·이상벽 ‘쎄시봉 친구들’ 전국투어

조영남·윤형주·김세환·이상벽 ‘쎄시봉 친구들’ 전국투어

입력 2015-03-11 16:02
수정 2015-03-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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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 좋아하는 또래들이 모였을 때 코드만 짚으면 주제곡처럼 나오던 노래입니다.”(윤형주)

한 마디가 떨어지자 조영남(70), 윤형주(68), 김세환(67)은 각자 기타 줄을 튕기며 추억의 팝 넘버 ‘코튼 필즈’(Cotton fields)의 하모니를 들려줬다.

마치 1960년대 후반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의 모습을 약 50년 만에 옮겨놓은 듯했다. 이들은 1970년대로 이어진 포크 음악 흐름을 주도한 청년 문화의 상징이었다. 이상벽(68)은 “살아있죠? 노인네들이 아직”이라며 흐뭇한 표정이었다.

11일 오후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투어 ‘2015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 제작발표회에서다.

’쎄시봉’의 주역인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과 MC 이상벽이 오는 1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를 시작으로 5월까지 광주, 일산, 수원, 전주, 부산, 서울, 대구, 인천 등지를 돌며 공연한다.

평균 나이 70세라는 이들은 서로의 답변에 끼어들며 여전히 아웅다웅했지만 50년 동안 인연을 이어가며 한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무척 감격했다.

윤형주는 “방송사 복도를 지나가면 최고령자”라며 “우리 평균 연령이 70세인데도 이런 세대가 같이 공연하는 건 가요 사상 처음이다. 현존하는 선배들이 70세까지 노래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왕성한 활동 역시 축복”이라고 말했다.

쎄시봉에서 ‘대학생의 밤’을 진행했던 이상벽은 “지난 투어 때도 대기실에서 ‘죽기 살기’로 하자고 했다”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공연 때는 할머니들이 ‘여고생 시절 오빠 노래를 들었다’며 울더라. 우리가 학생 신분으로 만났을 때도 인기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계층을 뛰어넘어 호응을 얻는 기회가 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두서없이 서로의 인연과 쎄시봉 문턱을 밟던 추억을 이야기했다.

윤형주는 “중 2때 다니던 교회 고등부 성가대에 고1 형이 나와 노래를 정말 잘 불렀다”며 “그게 영남이 형인데 그때 인연을 맺었으니 53년 됐다. 형이 미8군 공연을 갈 때도 따라다녔는데 크리스마스 때 영남이 형이 흑인 영가를 부르자 병사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조영남이 쎄시봉의 ‘대학생의 밤’에 와보라고 해 갔다가 허옇게 닳은 워커와 점퍼를 입고 오페라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르던 송창식을 만났다. 2주 후 윤형주가 이 무대에 섰고 송창식이 같이 노래를 해보자고 해서 이익균과 함께 만든 게 ‘트리오 세시봉’이었다. 이익균이 군대에 가면서 남게 된 둘이 만든 팀이 ‘트윈폴리오’였다. 그는 연세대학 의과대학 시절 동문인 이장희와 같은 팀을 만들어 활동한 적도 있다.

조영남은 “내가 심수봉이 유명한 가수가 될 거라고 예견했는데 딱 둘한테 ‘너네 가수하지 말라’고 했다”라며 “그게 노래를 못하는 윤형주와 이장희”라고 ‘껄껄’ 웃었다.

이상벽은 조영남에 대해 “’대학생의 밤’을 진행하던 어느 날 객석의 한 학생이 유난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라며 “친구들이 옆에서 ‘나가라’고 하자 나온 게 영남이 형이었다. 또 홍대에서 점심만 되면 기타 치는 사람이 있기에 쎄시봉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하니 ‘삼시 세 끼만 해결해달라’더라. 거기서 먹고 자고 하며 정착한 게 송창식이었다”라고 말했다.

한바탕 웃음이 터지자 김세환이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그는 “난 사실 쎄시봉에서 노래한 적은 없다”라며 “형님들 노래를 구경하러 다녔는데 나중에 캠퍼스 행사에서 윤형주 형을 만나 이종환 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했고 가수가 됐다. 어머니가 대학 시험공부 때도 트윈폴리오와 조영남 형이 TV에 나오면 ‘이것만 보고 하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이후 김세환은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형님들이 써준 곡으로 활동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 투어에는 지난해까지 참여한 송창식이 빠지고 조영남이 합류했다.

이들은 각자의 히트곡을 부르고 쎄시봉에서 공연한 올드팝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상벽은 “우리 공연은 이야기가 있다”며 “쎄시봉에선 시의적절하게 등·퇴장이 있었고 추억도 있었다. 서로 고아인 줄 알았을 만큼 어렵게 대학 생활하던 학창 시절, 유일한 휴식의 퇴로였다. 우린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관객은 각자를 추억하는 공유의 장이 될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설명했다.

이들은 또 최근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쎄시봉’에서 배우들이 부른 ‘백일몽’을 라이브로 선사한다.

이날도 이 곡을 들려준 세 가수는 자신들을 연기한 배우들을 칭찬했다.

”배우들이 우리 목소리를 더빙한 게 아니라 연습을 많이 했더군요. 강하늘 씨가 제 역할을 했는데 옛날 저의 모습과 근사치였죠. 하하. 고음이 예쁘고 노래를 잘하더군요. 젊은이가 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어요. 존경스러웠죠.”(윤형주)

조영남은 “나를 연기한 김인권 씨가 실제 인물과 가장 비슷했다”며 “내가 영화광인데 한국에서 만든 음악 영화 중 가장 잘 만들었다. 감동적인 영화였다”라고 흡족해했다.

2010년 이들이 출연한 MBC ‘놀러와’에서 시작된 쎄시봉 열풍은 젊은층이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고 이제 스크린으로까지 옮겨졌다.

윤형주는 “지오디(god)가 선배들 같은 우정을 평생 유지하고 싶다고 하던데 그거 안된다”며 “우린 공동체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영남이 형이 1만원을 갖고 오면 우리 돈이었다. 요즘처럼 에이전트에 의해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과는 다르다”고 끈끈함을 강조했다.

또 자신들이 이끈 통기타 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통기타 문화는 가장 민주주의적인 독특한 성격을 갖고 등장했어요. 직접 만든 노랫말로 화음을 넣고 연주한 건 우리가 처음이죠. 트윈폴리오는 통기타 문화의 낭만주의라고 보면 됩니다. 그다음이 저항주의인데 김민기, 양희은, 서유석 씨가 나와 기성을 향한 반발을 했죠.”(윤형주)

조영남은 “우린 청바지 문화의 중심축이었다”며 자긍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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