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판명 이우환 그림…미술계에 위작 회오리

가짜 판명 이우환 그림…미술계에 위작 회오리

입력 2016-06-02 14:39
업데이트 2016-06-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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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시장 불신 커질 것…유통구조 개선해야 해결”

2일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위작 논란이 제기된 이우환 작가의 그림 13점에 대해 최종적으로 위작 판정을 내림에 따라 미술품 시장이 위작 파문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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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작가 연합뉴스
이우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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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의 위작이 더 있다는 의혹이 그동안 미술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가운데 이번에 위작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추가로 위작 판정 작품이 나올 소지도 커진 상황이다.

특히 이우환은 국내외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대표적인 작가라는 점에서 국내 미술 작품 전반에 대한 신인도 하락도 우려된다.

◇ 이우환 ‘위작설’ 첫 실체 확인…“돈 되는 작가는 다 위작 존재한다”

그간 미술계에서는 이우환의 위작 유통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여러 차례 불거져나오며 그 규모가 수백 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이우환의 작품을 모사한 위작이 이처럼 유통되는 것은 그가 가장 그림값이 비싼 작가 중 한 명이어서다.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연작 시리즈로 유명한 이우환의 작품은 최근 전 세계적인 단색화 열풍과 맞물리면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위작 논란에도 지난달 29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선 그의 ‘바람’ 시리즈 중 하나인 ‘바람과 함께’가 10억9천500만원에 거래됐다.

이처럼 경매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만큼 그의 작품을 모사하려는 시도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우환의 위작이 대규모로 유통된다는 소문은 3~4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실체는 그간 확인되지 못했다.

한국미술품감정협회 등의 감정 전문가들이 위작이라고 판단한 그림이 있었지만 작가 본인이 자신의 작품이 맞다고 반박하면서 한때 그의 작품에 대한 감정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과수가 소문으로 떠돌던 이우환 위작의 유통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추가로 위작 확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이우환 화백의 위작이 돈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면서 “유통 규모도 상당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작 논란이 이우환의 작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소위 ‘돈 되는’ 작가라면 거의 다 위작이 있다는 것이 미술계 내부 견해다.

이중섭, 박수근 등의 작가도 위작 논란이 불거지는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당시로선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천만원에 낙찰됐던 박수근의 ‘빨래터’도 위작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둘러싼 위작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 화랑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위작 논란은 항상 나온다”면서 “돈 되는 작가들은 거의 다 위작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미술계 신인도에 영향 미칠까…“미술품 시장 불신 당연”

이우환은 해외 경매에서도 컬렉터를 모으는 대표적 작가다. 위작 논란에도 최근 경매에선 이우환의 작품의 인기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국과수의 이번 감정 결과로 이우환의 작품 거래는 물론 국내 미술품 시장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 다.

한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결과로 고객들이 미술품 시장에 불신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화랑 운영자도 “미술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위작이 많다고 소문난 이우환의 1970년대 작품은 상대적으로 거래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논란만 계속된 위작의 실체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화랑 관계자는 “오히려 자꾸 논란만 제기되며 의혹을 키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결론이 나와서 새롭게 시작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술계 관계자는 “이미 이우환 작가는 국제적인 작가여서 위작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거래가에 별 차이는 없었다”면서 “명품 가방 ‘짝퉁’이 있다고 명품 브랜드가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검증된 작품이 거래되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위작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통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 규모는 커졌는데 화랑은 수십년 전 영업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라며 “일부 화랑이 경매사에 주주로 참여하는 구조를 끊어야 한다. 화랑과 경매만 분리해도 위작 논란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거대 화랑 로비에 미술 전문가들이 서로서로 연결돼 있다보니 제 목소리를 못낸다”고 말했다.

한편 이우환 화백은 프랑스에서의 전시 준비를 위해 현지에 체류 중이다.

이 화백의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는 “국과수 결과가 나왔다는 연락은 받았으나 현재 전시회 일정 등으로 당장 들어오기는 어렵다. 수사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불필요한 억측이 난무하고 피해가 커서 관련 위작에 관한 의혹이 해소되고 수사가 빨리 종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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