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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무와 VR이 뭉쳤다 국립현대무용단 ‘20▲△’

군무와 VR이 뭉쳤다 국립현대무용단 ‘20▲△’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3-02-23 00:06
업데이트 2023-02-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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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6일 예술의전당 전석 매진
관객 무대 올라와 기기 쓰고 감상
절벽·원룸 등 가상현실 배경 활용
송주원 안무가, 무용과 기술 접목
타인과 경계 허물고 유대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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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의 ‘20▲△’(이십삼각삼각)은 관객들이 무대 안에 들어와 공연에 참여하는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국립현대무용단의 ‘20▲△’(이십삼각삼각)은 관객들이 무대 안에 들어와 공연에 참여하는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안 떨어질 걸 알면서도 멈칫하게 된다. 가상현실(VR)로 보는 눈앞의 풍경이 절벽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머뭇거리다 보니 옆에서 누군가 등장해 춤을 춘다. 몸짓으로 표현하는 느낌이 어딘가 위태로워 보인다.

제주의 자연은 어느새 서울의 원룸이 된다. 방에 들어서니 고독이 급습한다. 기척에 눈을 돌리니 누군가 춤을 추고 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하지만 눈앞의 생생함과 달리 그는 닿을 수 없는 존재다.

두 장면 모두 ‘20▲△’(이십삼각삼각)에서 관객들이 직접 VR기기를 쓰고 마주할 풍경이다. ‘이십삼각삼각’은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기술 융합프로젝트 공연으로 24~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전석 매진을 달성한 인기에 힘입어 참여 관객을 20명에서 50명으로 늘렸는데 올해도 5회차 공연 모두 곧바로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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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과 기술을 접목해 관객들은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공연을 보면 제작진이 담은 VR 영상을 통해 공간의 확장성을 경험하게 된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무용과 기술을 접목해 관객들은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공연을 보면 제작진이 담은 VR 영상을 통해 공간의 확장성을 경험하게 된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관객들은 어쩌다 무대 한가운데서 VR 기기를 쓰게 되는 걸까. 객석에 앉아 예술가들이 꾸미는 무대를 바라보는 전형적인 공연 형태를 생각하면 낯선 풍경이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이십삼각삼각’의 안무가 송주원(50)은 “거리두기를 하는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몸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하다 관객들과 무대에서 함께하며 신체접촉이 일어나는 공연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십삼각삼각’은 소극장 객석을 전부 치우고 관객들을 무대 가운데로 초대한다. 8명의 무용수와 함께 관객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작품 속 플레이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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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원 안무가
송주원 안무가
기존 공연에서는 무척이나 낯선 VR 기기는 2막에 등장한다. 송주원은 “현대무용은 동시대와 함께 가는 춤인데 지금은 기술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는 시대”라며 첨단기기 활용 이유에 대해 말했다. 관객 스스로 시점과 시야를 선택할 수 있는 VR은 한 방향의 시선을 요구하는 기존의 틀을 깬다는 점에서 공연의 동시대성과 확장성을 보여 준다. VR 기기를 통해 관객들은 기존과는 다른 감각으로 공연을 감상하게 된다.

송주원은 영상매체로 무용을 보여 주는 ‘댄스필름’ 감독이기도 하다. 이 분야의 선구자로서 진작부터 기술과 무용을 접목했기에 이런 무대가 가능할 수 있었다. 정이십면체의 평면도가 무대 위에 설치되고 공연 중 연기를 뿌리는 등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저마다의 고독을 품고 살아가는 관객들은 같은 공간 안에서 나와 타인의 경계를 허물게 되고 바로 옆에서 호흡하고 땀 흘리는 누군가를 통해 살아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송주원은 “자기 주변의 몸들을 다시 만남으로써 어떻게 연결되고 관계를 맺는지, 어떻게 비켜 가고 충돌하는지에 대한 지점들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낯선 체험으로 예민해진 감각, 누군가와 그 시간을 공통으로 경험했다는 유대감을 통해 관객들은 나와 너의 관계와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류재민 기자
2023-02-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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