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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는 일상사… 고전이 전하는 삶의 위로 ‘굿닥터’

울고 웃는 일상사… 고전이 전하는 삶의 위로 ‘굿닥터’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3-11-07 19:07
업데이트 2023-11-0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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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굿닥터’의 첫 이야기 ‘재채기’의 한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연극 ‘굿닥터’의 첫 이야기 ‘재채기’의 한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우연히 극장에서 높은 사람을 만나면 어떤 마음일까. 안절부절못하는 하급 공무원 이반은 계속 호들갑을 떨다 그만 상대방 뒤통수에 재채기를 해버린다. 그 상대방은 바로 장관.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었던 이반의 희망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다.

사람 마음이란 게 위기가 닥치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지라 잘못을 빌면 용서가 될까 찾아갔다가, 자기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화를 내는 이반은 매일매일 갈팡질팡한다. 세상 답답하고 소심한 모습에 웃다 보면 높은 사람 눈치 보며 살아가야 하는 일상이 떠올라 연민하게 된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굿닥터’의 첫 작품인 ‘재채기’ 이야기다.

‘굿닥터’는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단편들을 미국 극작가 닐 사이먼(1927~2018)이 각색한 옴니버스극이다. 197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후 세계 각지에서 공연하며 수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대중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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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가정교사’의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두 번째 이야기 ‘가정교사’의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가정부에게 어떻게든 돈을 안 주려는 여주인, 의사 면허도 없으면서 치통으로 고통받는 사제의 이를 뽑으려는 조수, 늦은 나이에 사랑에 빠진 노인들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으면서도 특별한 캐릭터성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해 재미난 이야기를 펼쳐낸다. ‘재채기’, ‘가정교사’, ‘치과의사’, ‘늦은 행복’, ‘물에 빠진 사나이’, ‘생일선물’, ‘의지할 곳 없는 신세’, ‘오디션’ 등 총 8개 이야기가 작가의 안내에 따라 자연스럽게 흐른다.

생각 없이 시시때때로 웃어넘길 수 있는 이야기마다 인간미가 가득하다. 배우들의 과장됐으나 과하지 않은 연기가 이야기의 맛을 살린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쳐오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지금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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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 ‘치과의사’.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 번째 이야기 ‘치과의사’. 세종문화회관 제공
김승철 연출은 “굿닥터가 일반적으로 가벼운 코미디 정도로 인식되는데 코미디 형식이지만 모든 장면을 관객들이 깔깔거리면서 보기를 바라진 않았다”면서 “때론 웃고 때론 씁쓸해하고 때론 안타까워하면서 연민이든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든 등장인물들에게 인간애를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시대적 배경이 옛날이야기라 현대 사회와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삶이라는 게 시대만 바뀔 뿐 비슷한 속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연극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공연은 12일까지.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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