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백스테이지]
‘보호막’ 자신했던 도쿄올림픽조직위입국·숙소 이동·대중교통 이용 과정
문서에 규정된 대로 따르길 바랄뿐
코로나 사태 전 여행 때와 차이 없어

지난 20일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는 기존에 일본에 갈 때는 볼 수 없었던 코로나19 관련 입국 서류를 나눠줬다.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새삼스러운 이유는 이번 올림픽이 ‘방역 올림픽’이자 ‘버블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조직위 측의 매뉴얼로 형성된 세계관에서 취재진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본인을 쉽게 접촉할 수도 없고 접촉해서도 안 된다. 가상의 보호막(버블)을 통해 일본인은 외부인으로부터 안전해야 하는데 마스크만 썼을 뿐 코로나19 이전 일본을 여행할 때와 차이가 없다.

건강 체크앱인 OCHA가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요구하는 모든 절차를 마쳤음에도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발달한 관료제의 폐해 중에는 ‘레드 테이프’와 ‘형식주의’가 있다. 레드 테이프는 문서에 규정된 그대로 따를 것을 강요하는 것을 의미한다. 형식주의는 목표 실현에 가치를 두기보다는 절차 등의 형식에 지나치게 매몰된 모습을 뜻한다. 매뉴얼 세계관에는 이런 폐해가 고스란했다.

OCHA앱이 작동되지 않는 인원은 별도의 공간에 대기해 일본 정부의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넘는 입국절차를 마치고 숙소에 가려니 ‘프로토콜’에 따라 ‘1인 1택시’가 원칙이라며 담당 직원이 택시를 탈 때 쓰는 문서를 따로따로 작성하는 모습.
매뉴얼대로 착착 진행돼서 무사히 막을 올리면 좋을 올림픽이겠으나 매뉴얼 밖 문제는 자꾸 생기고 갈수록 불안한 목소리도 커진다. 매뉴얼대로 준비가 되긴 됐을까 걱정이다. 여전히 일본인은 너무 쉽게 만나고 지정된 장소 방문과 지정된 교통수단만 허용한 지침도 잘 지켜질까 불안하다. 매뉴얼 세계관의 작가가 바라지 않을 장면이다.
2021-07-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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