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애니메이션에서 다뤄져 인기를 끈 나무늘보고 기후변화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나무늘보 보존재단 제공
영국 나무늘보 보존재단 제공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 등장한 나무늘보 플래시는 빠른 일 처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느릿느릿한 행동을 보여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지역에 서식하는 나무늘보가 기후 변화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멸종 동물 목록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나무늘보 보존재단, 스완지대 자연과학부, 맨체스터대 생명과학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퀸스대 생명과학부, 코스타리카 나무늘보 보호재단 공동 연구팀은 지금 같은 기후변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금세기 말에는 나무늘보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피어 제이 생명·환경’(PeerJ Life & Environment) 9월 27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보고서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나무늘보의 대사 반응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나무늘보가 고지대와 저지대 지역에서 다양한 온도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주목했다. 연구팀은 간접 열량 측정법을 사용해 기후 변화가 예상되는 조건에서 나무늘보의 산소 소비량과 체온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나무늘보는 2100년이 되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지대에 사는 나무늘보부터 생존의 위협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지대의 나무늘보는 온도 상승으로 안정시대사율(RMR)이 급격히 증가한다. RMR은 기초대사율과 비슷한 것으로 쉬고 있을 때 소비되는 열량을 말한다. 저지대 나무늘보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 더 잘 적응하겠지만, 그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열활성 구역’(TAZ)를 넘어서면 생존을 위해 대사를 억제하면서 역시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무늘보의 서식지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대에 비해 2~6도 상승할 경우 대사 부담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나무늘보의 소화 속도는 유사한 크기의 초식동물보다 최대 24배 느리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사가 억제될 경우 식량 섭취와 소화도 쉽지 않기 때문에 나무늘보가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고지대 나무늘보는 기온이 올라가면 대사가 느려져 더 시원한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떨어지면서 멸종 위기에 쉽게 노출된다.
연구를 이끈 나무늘보 보존재단의 레베카 클리프 박사는 “나무늘보는 느린 대사와 체온 조절 능력이 부족해 다른 포유류들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라며 “나무늘보 보호를 위한 보존 정책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이번 세기말이 되면 영화나 애니메이션, 책 속에서나 보는 동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