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민정수석 항명 파문] 떨떠름한 與

[김영한 민정수석 항명 파문] 떨떠름한 與

입력 2015-01-10 00:14
수정 2015-01-10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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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이중적 반응… “돌출행동 유감” “충성심 보여 준 것”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돌발적인 사의 표명에 새누리당 지도부에선 이중적 반응이 묻어나왔다. 일단 친박(친박근혜)계 원내 지도부는 김 수석의 돌출 행동에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문건 유출 국면이 일단락되기를 바라는 분위기 역시 감지됐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상당히 유감”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비쳤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민정수석이 사퇴 의사를 밝히며 국회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전하자 이 원내대표는 황당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원내 지도부는 이내 수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친박계 의원들은 대체로 김 수석을 옹호했다. 한 핵심 인사는 “민정수석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한 것 아니겠나”라면서 “항명은 무슨 항명이냐. 김 실장에게도 로열티(충성심)를 보여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청한 새누리당 운영위원은 “당은 의외로 덤덤한 것 같다. 김 수석의 사의 표명에도 크게 놀라지 않는 분위기였다”면서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는 관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사퇴하겠다는 것 아닌가. 본인의 고집이 그렇다면 여당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검 요구 등 정국이 더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신년회견 등 대통령의 쇄신 의지도 지켜봐야 하고 좀 더 보자”고 했다. 다른 운영위원은 “항명이라기보다 본인 선에서 문건 파동을 덮고 가겠다는 의지로 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청와대 비서실을 중심으로 “민정수석이 출석하는 순간 정치 공방에서 밀리고 만다”는 기류도 표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청와대·여당이 비선 실세 의혹의 책임을 민정수석의 자진 사퇴 형식으로 마무리하고 가려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5-01-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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