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 반영에 日 전향적 응답 관측…관계개선 선순환 긍정변수 기대
한일 외교장관이 21일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에 대해 “원만하게 타결하자는 공통인식”에 도달함으로써 사실상 문제 해결의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세계유산위원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국이 평행선을 달려 표결로 치닫는 것은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실마리가 최소한 마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타결하자는 공통인식을 갖고 이(세계유산) 문제를 긴밀히 협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으로 볼 때 이번 회담에서 일본 측은 이전 협의에서보다 한층 전향적으로 우리의 요구에 응해 왔을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는 방안을 담보할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해 왔다.
세계유산위원회의 등재 결정문 초안이 이미 “각 시설의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알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확실한 수단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제2차 양자협의에서는 강제노동 반영을 골자로 하는 일종의 ‘조정문안’을 일본 측에 제시했다. 문안에는 등재 결정문 수정안에 포함돼야 할 구체적인 요소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강제노동이 이뤄진 시설에 표지판 등도 설치해 역사적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윤 장관은 ‘강제징용을 일본이 반영하기로 했나’라는 질문에 “가까운 시기에 세부적인 말씀을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양측의 입장 조율이 구체적인 부분에서까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양국이 신청한 유산들의 등재를 위해서 함께 협력하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우리 측 요구의 핵심 부분에 대해 일본이 진전된 입장을 제시함에 따라 우리도 등재 자체를 가로막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데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싼 양국의 대립이 해결 국면으로 넘어가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유산위원국들은 한일 가운데 한쪽을 택해야 하는 표결은 원치 않는다는 의향을 그동안 강력하게 밝혀 왔다. 한일 양국이 ‘책임있는 위원국으로서 협력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점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세계유산 문제가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데도 양국은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세계유산 문제의 원만한 해결이 관계개선 모멘텀 조성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윤 장관은 세계유산 문제와 관련해 “좋은 협력 사례를 통해서 이런 것이 다른 문제에서도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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