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내부격론후 표결 불가피 가닥…19대 국회 9건 중 3건 가결

여야는 12일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을 합의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지난 10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체포동의안은 이튿날 본회의에 보고됐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인해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정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새누리당은 비리 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당론을 앞세워 13일 표결을 요구했지만 새정치연합이 국가정보원 해킹사찰 의혹 국정조사 등 다른 쟁점에 연계시키는 바람에 진척을 보지 못했다.

특히 체포동의안 처리 시한인 14일이 임시공휴일이어서 여야가 이날까지 일정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동의안은 자동폐기될 상황이었다.

양당은 이날 오후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도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 전에 13일 본회의를 기정사실화한 문자 메시지를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원내대표 간 기존 합의 이행 문제도 함께 협의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새누리당 조원진 수석부대표는 “체포동의안은 새정치연합 쪽에서 발생시킨 일이어서 이 문제를 다른 현안과 논의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양당은 한 차례 회동 결렬 후 두 번째 만남에서야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일정 협의 지연은 새정치연합의 복잡한 내부 사정이 더큰 원인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의원이 당에 누를 끼치지 않고 싶다며 20대 총선 불출마와 탈당을 선언한 이후 굳이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하냐는 동정론이 당내에 퍼졌기 때문이다. 욕을 먹더라도 의사일정 합의를 거부해 자동폐기로 가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문재인 대표가 표결 처리라는 원칙론을 내세운 반면 이종걸 원내대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투톱’ 간 균열 양상으로도 번졌다.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표결처리 불가론을 들고나오는 바람에 “방탄국회는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새누리당과의 일정 협의에 들어가자는 결론을 낼 때까지 상당한 갑론을박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 혁신위원회와 개혁성향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표결 처리를 요구하는 성명을 준비중이라는 소식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여야가 어렵사리 본회의 일정을 합의했지만 가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외유 중이거나 지역구 활동을 이유로 불참할 의원들이 많아 의결정족수를 채울지 미지수인데다, 정족수를 채우더라도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박 의원 동정론이 있어 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족수 부족상황이 되면 동료의원을 감쌌다는 불똥이 여당으로도 튈 수 있다고 판단, 원유철 원내대표 명의의 문자 메시지를 의원들에게 보내는 등 본회의 참석을 독려했다. 개인적 감정에 이끌려 표결에 임해선 안된다고도 호소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체포동의안 처리 전례를 볼 때 가결 여부를 예단하기 힘들다”며 “실제 표결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9대 국회 들어 제출된 체포동의안은 박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9건으로, 표결처리된 것은 5건이며 이 중 3건이 가결됐다.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2012년 7월11일),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2012년 9월6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2013년 9월4일)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가결됐고,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2012년 7월11일)과 같은 당 송광호 의원(2014년 9월3일)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2012년 7월31일 제출된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 체포동의안은 박 의원의 자진 출두로 철회됐다.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에 대해 2013년 2월22일과 같은 해 7월29일 두 차례, 같은 당 조현룡 의원에 대해선 지난해 8월11일 각각 체포동의안이 접수됐으나 본회의 표결이 무산된 채 계류 중이다. 이들 체포동의안은 사실상 폐기된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