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테이블 마주앉은 남북 대표단…시작은 ‘화기애애’

회담 테이블 마주앉은 남북 대표단…시작은 ‘화기애애’

입력 2015-12-11 13:41
수정 2015-12-1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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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황부기 “첫 길을 잘내서 통일의 큰길 열자”…시 ‘野雪’ 인용 北 전종수 “따뜻한 봄볕 오게끔 노력하자”…남북관계 개선 기대감

11일 개성에서 열린 제1차 남북당국회담은 양측 수석대표의 덕담과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11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 1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왼쪽)과 북측 수석대표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오른쪽)이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 1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왼쪽)과 북측 수석대표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오른쪽)이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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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기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53분(평양시간 오전 9시 23분)께 회담 장소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등 북측 대표단은 “반갑습니다”라며 악수를 제안했고, 양측은 짧은 인사뒤 각자 대기실로 발길을 옮겼다.

북측 대표 중 한 명인 황철 조평통 서기국장은 연락관 2명과 함께 북측 남북출입사무소(CIQ)까지 우리 대표단을 맞으러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북한 관련 소식통은 “전례가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겠지만, 회담 대표가 회담 당일 CIQ까지 영접을 하러 나온 것은 특이한 경우로 보인다”고 말했다.

첫 번째 전체회의는 약 50분 뒤인 오전 10시 40분께 시작됐다.

전 부국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어제 내려와서 개성 시내를 돌아보면서 사업도 생각했다. 겨울이지만 북남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게끔 쌍방이 잘 노력하자”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황 차관은 백범 김구의 애송시로 알려진 ‘야설’(野雪)의 한 구절로 화답했다.

그는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이라는 시가 있는데 들판에 눈이 내리면 길을 걸을 때 갈지자로 걷지 말고 서로 잘 걸어가라는 의미”라며 “우리가 처음 길을 걸어갈 때 온전하게 잘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으로 활약한 서산대사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조선후기 문신인 이양연(李亮淵)의 시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황 차관은 “우리가 첫 길을 잘 내어서 통일로 가는 큰길을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전 부국장은 “좋습니다. 우리가 장벽을 허물어 곬(골)을 메우고 길을 열고 대통로를 열어나갑시다”라고 답했다.

전 부국장은 회담장 내의 남측 취재진과 악수를 하며 “(회담 소식을) 잘 좀 전달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첫 전체회의는 30분 만인 11시 10분께 종료됐다.

양측은 점심을 한 뒤 오후부터 수석대표 접촉과 전체회의를 반복하며 입장차를 좁혀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핵심 의제에 대한 남북의 견해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의점이 쉽게 도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이날 북측 남북출입사무소에서는 대표단과 동행한 취재진의 노트북을 북측 요원들이 사전 검열하려고 해 한때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남측은 “회담에서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거세게 항의했고, 남측 대표단을 영접하러 나와 있던 황 서기국장의 중재로 수 분 만에 노트북을 돌려받았다.

북측은 “세관 담당자가 다수 교체되면서 남북관계를 잘 아는 사람이 없어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10월 20∼26일간 금강산에서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법과 원칙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남측 기자단 노트북에 대한 전수 검열을 끝까지 고집한 태도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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