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속시원한 일갈”…수도권 현역은 “역풍 우려”비박계 “사실상 동료의원 낙선운동”…‘물갈이론’에 촉각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최근 대구·경북(TK) 현역 의원들을 정조준해 쏟아내는 ‘작심 발언’을 놓고 당내에서 다양한 정치적 해석과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 의원이 사실상 ‘TK 물갈이론’을 주장하는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현역 의원들은 계파와 지역구를 불문하고 아연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비박계가 “사실상 동료의원에 대한 낙선 운동”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친박계 내부에서는 최 의원의 주장을 놓고 지지와 반대가 엇갈리면서 총선 공천을 앞두고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는 양상이다.
최 의원은 지난 주말부터 TK 지역구에 출마하는 친박계 예비후보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잇따라 참석, ‘릴레이 지원 유세’를 펼치면서 일부 현역 의원들을 겨냥한듯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평소 일 안 하고 교체지수가 높은 사람이 반발한다”(2일 윤두현 예비후보 개소식), “억울하다고 하기 전에 반성부터 해야한다”(1일 곽상도 예비후보 개소식),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뒷다리를 잡지 않았느냐”(지난달 30일 하춘수 예비후보 개소식) 등의 발언도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당내에서는 “지금까지 누구도 대놓고 하지 못했던 말을 최 의원이 나서서 하고 있다”면서 “이는 실제로 박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수도권의 친박·비박계 의원들은 대체로 이런 발언이 총선에서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비박계인 김용태 서울시당 위원장은은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구를 다니다 보면 ‘유치하게 뭐 하는 것이냐’고 지적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면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 후보에 대해 ‘진박’(진짜친박)을 운운하며 지원하는 게 그들에겐 득이 될지 몰라도 수도권에서는 큰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친박계 중진 의원도 “최근 김무성 대표가 50여 명의 의원들과 저녁을 먹은 것이나 최 의원의 발언이나 둘 다 잘못됐다고 본다”면서 “우리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고 누가 좋아하겠느냐. 거부감만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당 지도부는 최 의원의 이런 행보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계파 갈등이 대외적으로 표출되는 데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며 내심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역 의원이 특정 예비후보 개소식에 잇달아 참석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는 지적에 “그건 이야기 안 하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로서는 최 의원의 최근 발언으로 당내 계파 논쟁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해 마음이 불편할 것”이라며 “공천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줄세우기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친박계에서는 김 대표가 최근 비박계 의원 50여명과 만찬회동을 한 것이이야말로 ‘계파 정치’라며 반박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본인이 주선했든 하지 않았든 당 대표가 일부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살아돌아오라’고 말한 건 정상이 아니다”면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 “당의 중심을 지켜야 될 분들이 당의 분열을 일으키는 언행에 대해서는 조심했으면 좋겠다”면서 “친박·비박이라는 게 새누리당에서 많이 엷어졌는데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벌일 수 있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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