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에 보고된 정부 개헌안, 무엇이 담겼나

문 대통령에 보고된 정부 개헌안, 무엇이 담겼나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3-13 10:26
수정 2018-03-1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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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수도조항’ 신설…‘행정수도’ 재추진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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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 개헌안 초안을 보고했다.

자문특위는 개헌안 초안에 ▲국민주권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강화 ▲견제와 균형 ▲민생개헌이라는 5대 원칙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초안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 채택, 수도조항 명문화, 대선 결선투표 도입, 5·18 민주화운동 등의 헌법 전문(前文) 포함, 사법 민주주의 강화, 국회의원 소환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한 쟁점은 1·2·3안으로 복수의 안으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자문위가 보고한 초안을 토대로 국회 통과 가능성을 고려해 ‘현실적’인 개헌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해야 하는 절차를 고려해 6·13 지방선거 투표일로부터 역산하면 문 대통령은 늦어도 이달 21일까지는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 헌법전문에 5·18 등 포함…‘촛불’은 빠져

현행 헌법전문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사건으로 ‘3·1운동’과 ‘4·19 민주이념’만 명시돼 있다.

이에 4·19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겪으면서 발생한 5·18 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도 헌법전문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자문특위는 논의 결과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과 시민혁명의 정신 등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세 가지 민주화운동 모두 헌법전문에 담기로 했다.

여기에는 5·18, 부마항쟁, 6·10 등은 발생한 지 30년 이상 지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역사적 평가가 이뤄졌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렸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촛불혁명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시민혁명의 성격이 분명히 내포돼 있으나, 현재 시점과 지나치게 가까워 역사적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전문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 대통령 4년 연임제 채택…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정부형태(권력구조)로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했다.

애초 자문위는 4년 ‘중임(重任)제’를 고려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4년 ‘연임(連任)제’로 선회했다.

중임제를 채택할 경우 현직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마친 뒤 치른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시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으나, 연임제에선 오직 4년씩 연이어 두 번의 임기 동안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즉,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재출마가 불가능하다.

또 현행 헌법 10장 128조 2항에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된 조항은 개정 대상이 아니어서 이번 개헌안이 통과돼 정부형태가 4년 연임제로 변경되더라도 문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다.

일단 개헌 초안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가 포함됐으나, 문 대통령이 최종 정부 2개헌안에 정부형태를 개정하는 내용을 담을지는 미지수다. 제1야당인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가장 첨예하게 반대하는 쟁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개헌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종 발의안에서는 정부형태 개정과 관련한 내용은 삭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결선투표제는 선거에서 과반수 등 ‘일정 득표율 이상’이 당선조건일 때 이를 만족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수 순으로 상위 후보 몇 명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을 단순다수대표제 선거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결선투표에 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이에 국민적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자문특위는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인위적 후보단일화를 방지함으로써 선거권자의 후보 선택권을 충실히 보장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결정했다.

◇ 수도조항 신설…관습헌법에 발목 잡혔던 ‘행정수도’ 실현되나

현행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은 존재하지만, 수도에 관한 명문화된 조항은 없다.

다만, 행정수도 지정을 둘러싼 헌법재판 과정에서 관습헌법에 따라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로 인정된다는 법리가 확립됐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 12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하기 위해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이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10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절차에 따라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며 신행정수도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판단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은 헌법에 새로운 수도조항을 신설해야만 실효(失效)되며, 수도이전은 법률이 아닌 헌법개정 사항이다.

따라서 헌법에 수도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관습헌법에 발목 잡혀 무산된 ‘행정수도 구상’을 재추진할 길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도 관련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가 지정되면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대통령 권한 축소…견제와 균형의 원리 강화

자문특위는 입법·행정·사법부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함으로써,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했다.

헌법기관 구성에 관한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법률안과 예산안 심사권을 실질화하는 한편, 대통령의 헌법기관 구성권한을 축소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

또 대법관 제청권과 헌법재판관 지명권 등 대법원장의 과도한 인사권을 축소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 자치재정권·자치입법권 등 지방 자치·분권 강화

개헌 초안은 지방분권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질서임을 천명하기 위해 자치분권의 이념을 헌법에 반영했다.

초안에는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헌법에는 지방자치를 확대한다는 원칙만 담고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는 지방분권에는 찬성하지만, 지방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많고 자의적 통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현실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대의기관의 독주를 견제하고 지방정부 조직·운영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실질적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조항을 포함하기로 했다.

◇ 직접민주주의 요소 강화…사법민주주의 확대

초안에는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한 원칙이 명시됐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국회 의석수와 국민의 의견이 비례해야 한다는 원칙은 포함됐다.

아울러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 발안제가 포함돼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한층 강화됐다.

국회의원 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게 한 제도이며, 국민 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법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국민참여재판 등 국민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헌법에 마련함으로써 관료적 법관에 의한 독점적 재판권을 견제하고 사법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 ‘국민’에서 ‘사람’으로 기본권 확대·새 기본권 신설

자문특위는 헌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탄력적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헌법 조문의 ‘국민’ 중 천부인권과 관련된 경우 ‘사람’으로 변경하고, 참정권 등 ‘국민’의 개념이 필요한 경우에는 ‘국민’이라는 용어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는 한편,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인 안전권을 신설하고, 정보사회에 적합한 권리를 제안하는 등 새로운 기본권을 신설했다.

아울러 사회 통합과 정의 실현을 위해 차별금지 사유를 확대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 차별 해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실질적 평등을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 소비자의 권리 신설·사회적 불평등 완화…민생 중심 개헌 추진

소상공인을 보호·육성하고 양질의 생산품·서비스를 받을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다.

또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대비한 사회보장을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토지의 특수성을 명시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국가적 노력의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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