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강대강’ 대치 국면 극복하려면
광복 70주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길은 요원하고 ‘강대강’ 대치만 남았다.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지뢰에 우리 장병이 부상당한 가운데 군 당국은 ‘응징’을 다짐하며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남북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냉정을 되찾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코앞에 북 초소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11일 경기 파주의 남측 최전방 경계초소 너머로 북측 초소가 선명하게 보인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 구간 기공식’에 참석해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 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최악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정부 혹은 민간 차원에서 추진됐던 남북공동행사는 줄줄이 취소됐다. 북한이 10월 노동당 창건일을 기념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치 국면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1일 “현재로서는 남북 대치를 완화시킬 동력을 찾기 어렵다”면서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대북 강경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출구를 찾기가 어려운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남북한이 마주 앉으려면 이산가족 상봉 등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DMZ 전체의 긴장이 고조돼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오던 토대인 개성공단의 정상적 가동도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불똥이 개성공단으로 튀지 않도록 개성공단에 신규 투자를 허용하고 5·24 대북 제재 조치를 유연화하는 등 국면 전환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응징하되 전선을 확대시키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자제를 주문했다.
공식라인을 통한 남북대화만 고집하려는 대북접촉 원칙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화의 동력을 상실했지만 대화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라면서 “정부가 남북 물밑 접촉이나 비공개 특사 등을 과거의 잘못된 방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려울 때일수록 그런 방식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당국자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발언을 신중히 하고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는 시도는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5-08-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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