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김군을 8천㎞ 떨어진 IS로 향하게 했나

무엇이 김군을 8천㎞ 떨어진 IS로 향하게 했나

입력 2015-01-21 15:31
수정 2015-01-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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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이후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외톨이 18세 청소년이 무려 8천㎞를 날아가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국제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로 향했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를 봤을 때 터키·시리아 접경지에서 실종된 김모(18)군은 스스로 IS에 투신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김군을 국제테러조직으로 향하도록 한 것일까.

21일 경찰의 수사 결과와 주위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군은 전국에 7만여명에 달하는 학업중단자 중 한 명이다.

다른 또래가 학교에 가는 동안 김군은 두문불출했고, 부모와의 관계도 깊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군의 부모가 다녔던 교회 한 관계자는 “김군의 부모와 동생만 교회에 나왔다”면서 “수십 년 동안 가족을 봤지만 김군은 5살 때 한 번 봤던 것이 다였다”고 말했다.

경찰의 통신 분석 결과에서도 김군의 통화는 거의 대부분 동생과 주고받은 것뿐이었다. 사실상 김군이 소통하는 사람은 동생 이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김군은 공동체에서 소외된 채 사회적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했고, 이런 환경이 극단적인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삶에서 무엇을 결정할 때 중요한 것은 소속된 공동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라면서 “만약 김군이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소속감을 느꼈다면 IS를 마음속으로 지지할 수는 있어도 조직에 합류하려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군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라와 가족을 떠나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글을 올려 가족과 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김군의 성향은 인터넷이라는 유일한 세상의 창에서 증폭됐고 결국에는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김군은 인터넷을 통해 일부 10~20대 남성에서 나타나는 여성혐오적 성향이나 폭력적이며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쌓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김군은 트위터를 통해 “이 시대는 남성이 성차별을 받는 시대”라면서 “그리고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나는 ISIS(IS의 전 명칭,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를 좋아한다”며 여성 혐오 성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이러한 김군의 행동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극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나타나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현실의 불만이 정당한 해소 창구를 찾지 못할 때 일베와 같은 ‘배설’의 모습으로 분출된다”면서 “자기의 울분을 표출하기 위해 힘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 성향 등 극단주의로 흐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을 종합했을 때 김군은 인터넷을 통해 폭력성과 가부장적인 사고를 키워왔고, 그런 자신의 성향에 부합하는 곳으로 IS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분석한 김군의 컴퓨터에는 IS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65개 등록돼 있었으며 지난 1년간 IS와 관련한 검색어를 517회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호기 교수는 “다른 지역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환경에서 IS를 있어서는 안 될 테러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김군은 혼란스러운 세계를 구원하는 조직으로 잘못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제2, 제3의 김군을 막기 위해서는 토론이나 교육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호기 교수는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는 어느 시대나 늘 있었던 문제”라면서 “더 중요한 것은 IS 같은 극단적인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과 계몽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태 교수도 “주입식 교육에 염증을 느끼는 젊은이들은 오히려 일탈된 시각에 환호해 극단주의로 흘러갈 수 있다”면서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라도 토론할 수 있는 열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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