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月 10만원 묻지마 보험료… 대리기사의 눈물

[현장 블로그] 月 10만원 묻지마 보험료… 대리기사의 눈물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15-05-28 23:08
수정 2015-05-29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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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명목으로 한 달에 10만원씩 내는데 완전히 속는 느낌이에요. 이 중에 얼마가 실제 보험료로 납부되는지, 보험 적용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통 알려 주지를 않으니….”

28일 새벽 2시 대리운전 기사들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가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잔뜩 성이 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오른 보험료 때문이었습니다.

대리기사 업체들은 지난달 대리기사들로부터 받는 보험료를 최고 57.5% 인상했습니다. 대부분의 업체는 소속기사들로부터 매월 보험료 명목으로 일정액을 받아 단체보험에 가입합니다.

하지만 단체보험으로 하다 보니 대리기사들은 자신이 내는 보험료가 실제로 얼마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험의 적용 범위도 제대로 고지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일부 업체가 보험 관리비조로 2만~5만원을 따로 떼어 온 것도 분노의 표적이 됐습니다.

국토교통부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리 운전자는 8만 7000명으로 추정되고 이중 64%가량이 전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 하루 이용자도 47만명 이상입니다. 2년 전 통계이니 지금은 이보다 훨씬 더 많겠지요.

하지만 대리기사들은 아직도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노조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체의 횡포에 가까운 규정들이 대리기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더욱 옥죄고 있습니다. 업체 등록기준이나 기사들의 권익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제도의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대리운전 관련 법안은 16~18대에 걸쳐 8차례 발의됐으나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고 19대 국회에서 3건의 대리운전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지난 20여년간 별도의 규정 없이 자생적으로 발전하다 보니 관련 문제는 산재해 있고 대리기사의 권익은 꿈같은 이야깁니다.

‘갑’도 ‘을’도 아닌, 스스로를 ‘병’이라고 칭하는 그들은 오늘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도로 위에 있습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15-05-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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