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감형이유…재산도피 무죄·뇌물 감경·승계현안 부정

이재용 감형이유…재산도피 무죄·뇌물 감경·승계현안 부정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2-05 16:28
업데이트 2018-02-0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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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필 자체 뇌물→ 마필 사용이익이 뇌물…재산국외도피 유죄→무죄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한 청탁 부정…‘김영한·안종범 수첩’ 증거로 불인정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은 것은 1심보다 뇌물액수가 줄고,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가 무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1심과 달리 삼성이 정씨에게 지원한 마필과 차량 등 부대지원 자체는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마필과 차량 등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부분을 유죄라고 판단했다.

삼성이 여전히 마필 등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고, 정씨는 단지 마필과 차량 등을 무상으로 사용했을 뿐이라는 이유다. 마필 자체가 아니라 사용이익만 뇌물로 인정되면서 전체 뇌물액수는 매우 줄어들었다.

앞서 1심은 마필 운송 차량 등 차량 구입 대금만 무죄로 보고 살시도나 비타나, 라우싱 등 마필 구입 대금 등 총 72억9천여만원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입장에서 삼성의 승마지원이 종료될 무렵 마필 소유권을 넘겨준다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마필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안을 협상했다는 점은 마필 소유권이 여전히 삼성에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마필 구입대금을 뇌물로 정했다는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고, 다만 마필 사용이익이 제공된 것으로 보여 마필 무상사용을 뇌물로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1심과 달리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로 인정된 부분도 결정적이었다. 2심은 삼성이 최씨 소유의 독일법인인 코어스포츠를 통해 송금한 승마지원금과 마필 구입대금 등이 재산을 국외로 도피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 선고되고, 도피액 50억원 미만이어도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등 중형이 나올 수 있는 혐의여서 법원의 판단이 더욱 주목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용역대금은 뇌물공여의 의사이지 재산국외도피 의사로 볼 수 없다”며 “재산을 국외로 도피했다는 도피 개념에 맞지 않고, 도피 범의(범죄의도)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영재스포츠센터 지원과 관련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인정될 수 없어 뇌물공여 혐의가 무죄가 된 점도 감형의 주된 이유가 됐다.

재판부는 우선 “승계작업은 명확하게 관련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없이 인정돼야 한다”며 “특검 주장처럼 이재용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바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검의 주장대로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작업을 추진했다고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박 전 대통령이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작업을 인식했다거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영재스포츠센터 등을 지원한다는 묵시적 양해나 묵시적 청탁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증거로 인정된 김영한·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수첩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은 것도 항소심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처럼 수첩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내용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화가 기재돼 있다는 그 자체를 들어 이들의 대화 내용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면 전문(傳聞)증거(체험자의 직접진술이 아니라 전해들은 말 등 간접증거)가 우회적으로 진실성 증명의 증거로 사용되게 된다”며 “이는 ‘전문법칙’의 취지를 잠탈하는 취지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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