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보다 85% 오른 장미
높은 가격에 꽃다발 중고 거래도
“생화 대신 조화 찾는 소비자도 늘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난방비 급등으로 졸업 시즌에 특수를 기대했던 화훼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지하상가에 한 가족이 조화를 판매하는 상점에서 조화를 고르고 있다.
도준석 기자
도준석 기자
1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꽃집에서는 장미 한송이를 8000원, 꽃다발은 4만원부터 판매하고 있었다. 4만원짜리 꽃다발에는 튤립 3송이와 안개꽃이 섞여 있었다. 꽃집 사장은 “3만원짜리 꽃다발도 손님이 원하면 팔기는 하지만, 꽃다발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구성이 빈약하다”며 “졸업식과 입학식 때문에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꽃다발 구성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구의 다른 꽃집 앞에는 졸업식 꽃다발을 5만~10만원대에 판매한다고 적혀 있었고, 온라인상에서도 5만원 이하의 꽃다발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14일 서울의 한 꽃시장의 상인이 꽃을 정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방역당국의 코로나19 규제 완화로 각 학교의 졸업식이 정상적으로 열리면서 꽃 수요가 증가했지만, 꽃다발이 최소 5~6만원대 판매가가 형성되는 등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홍윤기 기자
소비자들은 한 번 사용한 꽃다발을 중고 거래하기도 하고, 생화가 아닌 조화를 사는 경우도 있다. 서초구 고속터미널지하상가의 조화를 판매하는 가게는 평일임에도 손님들이 꽤 있었다. 조화 가게를 운영하는 김해영(38)씨는 “경기가 안 좋은 와중에도 그나마 졸업·입학 시즌을 맞아 다발 종류의 조화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대면 졸업식과 입학식이 열리면서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가격 급등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서울 꽃 시장의 한 상인은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오랜만에 대면 졸업식이 열리면서 상황이 좀 나아지긴 했다”면서도 “가격이 올라 사람들이 구매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꽃값이 급등한 원인으로 비룟값과 포장재값 인상, 하우스 난방에 사용하는 에너지 가격 인상 등을 꼽는다. 실제로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4~10일 절화(판매용으로 뿌리를 자른 꽃) 장미 경매가격은 1만 2733원으로, 1년 전보다 85%나 올랐다. 안개꽃 가격도 같은 기간 43%나 상승했다.
14일 서울의 한 꽃시장 뒤편 쓰레기장에 팔리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꽃이 버려져 있다.
홍윤기 기자
홍윤기 기자
홍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