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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은평 넘어 강남까지 지하철 타고 서울 전파

‘러브버그’ 은평 넘어 강남까지 지하철 타고 서울 전파

최재헌 기자
최재헌 기자
입력 2023-06-25 10:50
업데이트 2023-06-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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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한산·은평구 일대 출몰…차·지하철로 히치하이킹
전문가 “꽃 수분 돕는 역할도…무차별 방충 생태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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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서울 은평구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출몰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 도심에서도 포착됐다. 사진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주차장에서 발견된 붉은등우단털파리 모습. 2023.6.23 뉴스1
일명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서울 은평구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출몰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 도심에서도 포착됐다. 사진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주차장에서 발견된 붉은등우단털파리 모습. 2023.6.23 뉴스1
지난해 여름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북한산 주변에서 기승을 부린 붉은등우단털파리 일명 ‘러브버그’가 최근 한강을 넘어 강남까지 출몰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른 무더위에 때아닌 벌레의 습격까지 겹치면서 직접 방충용품을 찾는 사람들까지 늘고 있다.

25일 은평구와 강남구 등에 따르면 올해 최근 서울 일대에 러브버그가 대거 출몰하면서 방충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은평구청의 한 공무원은 “러브버그를 방충해달라는 민원 전화가 매일 빗발치고 있다”며 “주택가와 야산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 방충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민원에 영등포구·성동구 등 일부 지자체는 러브버그의 생태 습성과 방법 등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파리목 털파리과 ‘붉은등우단털파리’다. 주로 중국 남부 지역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에 서식하는데 다른 털파리과 곤충과 마찬가지로 보통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 불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서울 은평구와 북한산을 중심으로 나타난 러브버그가 주변 지역으로 서서히 퍼져나간 것으로 본다. 러브버그는 생존력이 뛰어나 도심에서도 쉽게 번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지난해 서울 은평구·경기 고양시 인근에서 많이 발생한 러브버그가 일부는 날아서, 차량 또는 지하철에 붙어 ‘히치하이킹’ 해 멀리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생존력 뛰어나 도심서 번식…사람에 해 안 끼치는 유익한 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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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수도권 서북부 일대에서 기승을 부렸던 ‘러브버그’가 올해 다시 출몰했다. 은평구청에 따르면, 이달 하루 1∼2건에 불과하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최근 이틀간 800건을 넘길 정도로 폭증하는 추세다.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휴식을 취하는 러브버그. 2023.06.21. 뉴시스
지난해 여름 수도권 서북부 일대에서 기승을 부렸던 ‘러브버그’가 올해 다시 출몰했다. 은평구청에 따르면, 이달 하루 1∼2건에 불과하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최근 이틀간 800건을 넘길 정도로 폭증하는 추세다. 사진은 21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휴식을 취하는 러브버그. 2023.06.21. 뉴시스


‘벌레의 습격’에 방충용품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양말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러브버그가 너무 많아 자비로 살충등을 샀지만, 아침마다 벌레 사체를 치우는 게 일”이라며 “구청 소독차가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소독해주지는 못해 매장에서 벌레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했다.

관악구에 사는 김석연(26)씨도 “밤에 창문을 열지 못해 답답해, 창문을 열 때마다 방충망에 살충제를 계속 뿌리지만 러브버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자외선을 좋아하는 러브버그의 특성을 고려해 도심 지역에 자외선을 차단한 가로등을 설치하거나 가정에서는 러브버그가 꼬이는 창문틀에 끈끈이를 설치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천적이나 미생물을 이용해 러브버그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접근을 권장하고 있다”며 “가정에서는 모기 살충제로 충분히 방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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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출몰지역 갈현동 일대에서 러브버그 긴급방역 중인 은평구 보건소 관계자들. 2022. 7. 4 안주영 전문기자
러브버그 출몰지역 갈현동 일대에서 러브버그 긴급방역 중인 은평구 보건소 관계자들. 2022. 7. 4 안주영 전문기자


다만 러브버그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꽃의 성장이나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益蟲)이라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 연구관은 “러브버그는 주로 낙엽이 많이 쌓인 곳에 사는 러브버그 애벌레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도 화분(꽃가루받이)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며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감안하면 무차별적 방충이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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