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오진 위험에 ‘최후의 수단’
외래 부담에 병원도 외면 못해
대전협 비대위 전환…파업 현실화 되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12일 열린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의결했다. 사진은 13일 오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2.13 연합뉴스
정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시행해 온 비대면 진료를 병원급 이상으로 확대하고 초·재진, 요일 구분 없이 허용할 방침이다. 의사 집단행동이 끝나면 현재 시행 중인 ‘의원급 의료기관 시행, 휴일·야간에 한해 초진 제한적 허용’ 형태의 시범사업으로 원상 복구한다. 시행 시기는 ‘집단행동이 장기화해 외래진료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발생할 때’로 규정하고 정확한 시점을 못박진 않았다.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면밀한 데이터 분석 없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면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네의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 정도의 경증 질환은 비대면 진료 부담이 작지만, 병원급 이상에서 봐야 하는 질환까지 비대면으로 진료하면 오진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성을 고려해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를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평상시라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데이터를 산출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한가하게 대응할 수 없고 의료체계가 흔들리고 있어 대책의 하나로 검토하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까지 의료체계 위기가 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위험을 감수하고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응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집단행동 기간 경증 환자들을 분산시켜 대형병원의 외래 진료 부담을 덜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전체 진료비 중 외래진료비 비중이 37%에 달한다. 수술·진료를 보조하는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라도 확대해 외래환자를 흡수하지 않으면 대형병원이 중증·응급 진료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시적이라고는 하지만 한번 풀어놓은 규제를 다시 조이기는 쉽지 않아서다. 비대면 진료를 강력 반대해 온 의사단체들엔 정부의 어떤 압박보다 위협적이다. 애초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유행 때 한시적으로 허용됐다가 국민이 비대면에 익숙해지고 관련 산업들이 생겨나면서 법제화 단계를 밟게 됐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안 되는 것 빼고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으며, 윤석열 대통령도 비대면 진료 확대를 촉구했다.
2024-02-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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