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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식물인간 된 피해자가 처벌 불원?…法 “1심부터 다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된 피해자가 처벌 불원?…法 “1심부터 다시”

김기성, 신진호 기자
입력 2023-06-15 09:38
업데이트 2023-06-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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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이미지.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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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피해자를 대신해 가족이 가해자와 합의해 재판 절차가 중단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식물인간이 된 피해자의 의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이 대신 합의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A(61)씨는 지난 2021년 4월 16일 오후 2시 50분쯤 광주 광산구의 한 이면도로에서 1톤 트럭을 운전하다 길을 가던 B(85·여)씨를 들이받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인도와 차도가 구분돼 있지 않은 도로에서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해 이 같은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중상을 입은 B씨는 대학병원 등을 거친 뒤 ‘난치·불치’ 판정을 받았다.

피해자 B씨의 아들 C씨는 2021년 10월쯤 식물인간이 된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이 됐다.

A씨는 1심 과정에서 C씨로부터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1억원을 지급받았다.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합의서를 받았다.

A씨와 C씨 사이에서 작성된 합의서를 제출받은 1심 재판부는 ‘반의사불벌죄’(가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음)에 해당하는 점을 토대로 공소 기각을 선고했다.

이 선고로 A씨는 처벌받지 않게 됐고, 피해자 B씨는 병환이 깊어져 끝내 숨졌다.

한편 검찰은 ‘식물인간인 피해자가 어떻게 가해자에 대한 처벌 희망 여부를 표시할 수 있느냐’라며 항소를 제기했다.

사고 직후 의식을 잃어 회복되지 않은 피해자는 아무런 의사표시를 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상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하거나 독립적인 의사를 표시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5일 이 사건의 2심을 맡은 광주지법 제3형사부(부장 김성흠)는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1심에서 공소 기각됐던 A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 B씨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던 이상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처벌 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소송능력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아들 C씨가 피해자인 어머니 B씨를 대신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판결은 법리 오해가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라고 선고했다.

가해자 A씨는 피해자 B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치상’ 혐의가 아닌 ‘치사’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게 됐다.
김기성 인턴기자·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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