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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토빈세 검토” 정부 첫 언급

“한국판 토빈세 검토” 정부 첫 언급

입력 2013-01-31 00:00
업데이트 2013-01-3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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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거래 과세 등 도입 가능성

정부가 ‘한국판 토빈세’ 도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판’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외환 당국이 토빈세 도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당장은 ‘외환 3종 세트’(외국인 채권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를 강화해 외국자본이 지나치게 많이 우리 외환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할 방침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해외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서 “원론적인 의미의 토빈세는 곤란하지만 토빈세가 지향하는 취지를 살리고 우리 실정도 고려한 제도는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11개국이 토빈세를 도입하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토빈세 도입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번번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어 왔다.

최 차관보는 “위기 상황이 닥치기 전에 미리 (제도를) 만들어 놓고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면서 “세율은 다른 나라와의 자본유입 차이를 줄여 주는 정도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9~2012년 유입된 외국 자본의 90% 가까이가 증권투자”라며 국제적 흐름, 국내 자본시장 역량, 최근 다른 나라의 도입 동향을 참고해 (시행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계는 외환시장 추가 규제에는 한목소리로 찬성하면서도 토빈세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대응하려면 채권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면서도 “모든 현물환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는 (도입시)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베노믹스(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돈풀기 정책 등을 일컫는 말)에 따른 원화의 추가 절상이 우리나라 성장률을 1% 포인트 이상 추락시킬 수 있다”며 신축적인 금융거래세 도입을 제안했다.

시장은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이성희 JP모건 대표는 “토빈세를 도입하면 오히려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국내 기업체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채권거래세도 자본의 과다유입 억제 차원이라면 매입에만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진우 NH농협선물 리서치센터장은 “토빈세의 시급한 도입보다는 기업의 환 리스크 관리 풍토를 조성하고 정부의 세련된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최 차관보는 “전례가 없는 (주요국의) 양적 완화에 대응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미국과 일본이 ‘자기들의 숙제’를 하고 있다면 이제 우리도 ‘우리의 숙제’를 해야 할 시기”라며 ‘환율 주권’ 수호 의지를 강조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용어 클릭]

■토빈세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미 예일대 교수가 1972년 처음 주장했다. 외환·채권·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국제투기자본(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각국 통화가 급등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 방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3-01-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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