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 사회통합’ 해법으로 증세 권고

OECD, ‘한국 사회통합’ 해법으로 증세 권고

입력 2013-02-05 00:00
업데이트 2013-02-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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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축소ㆍ1차의료 강화도 제안

한국이 세금을 올려 사회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국제기구의 제언이 나왔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제시된 것이라 주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으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의 사회정책과제’ 콘퍼런스를 열고 다양한 사회ㆍ복지 해법을 제시했다.

◇증세로 사회복지지출 OECD 수준까지 늘려야

OECD의 알렉산드로 고글리오 참사관과 랜달 존스 한국담당관은 ‘한국의 사회통합 제고’ 발표에서 한국 사회가 소득불평등 때문에 통합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고임금 정규직과 저임금 비정규직의 양극화, 1인 가구 증가, 서비스산업과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도 통합을 해친다고 봤다.

해법으로는 공공부문의 사회복지지출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복지재원은 증세로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들은 “다른 분야의 공공지출을 삭감하지 않는다면 세금을 올려야 한다”며 “직접세보다는 왜곡의 정도가 작은 소비세 중심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시에 사회복지지출로 저소득 가구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회안전망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생활안정프로그램(BLSP)의 자격조건을 완화해 절대빈곤선 아래의 사람들을 포괄하고, 고용보험(EI)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추가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는 자녀ㆍ배우자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없애고 자영업자는 혜택을 받도록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소득불평등 확대가 노동소득의 불평등이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소득은 2000년대 들어 확장세가 멈췄다. 1995~2010년 소득 하위 10%의 실질소득은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상위 10%에선 30% 증가했다.

◇비정규직 축소가 경제성장에 기여

폴 스와임 OECD 수석경제학자는 한국의 사회통합을 위한 핵심 과제로 비정규직 해소를 꼽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근로소득의 불평등과 고용불안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근로의욕을 높여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임금격차 축소로 소득 형평성이 개선된다고 봤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고용하려는 유인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규직의 고용보호 수준 완화, 비정규직의 일자리 안정성 제고,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절차 간소화 등도 강조했다.

비정규직 상당수가 퇴직금 지급대상이 아니므로 퇴직금 세제혜택은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이 퇴직금 제도를 기업연금 제도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높이도록 사회보장제도와 세무행정을 연계하라는 것이다.

KDI 황수경 연구위원은 장시간 근로환경이 계속되는 한 여성의 ‘과소’ 고용 상황과 낮은 출산율은 개선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출산휴가 확대,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으로 양육부담을 낮추고 일-가정 양립형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KDI 김연수ㆍ노동연구원 이규용 연구위원은 외국인력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내국인 구인노력 제도 내실화, 외국인력의 국내 정착 선별 허용, 불법체류에 적극 대처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공공지출 확대해 출산과 자녀교육 부담 낮춰야

미호 타구마 OECD 수석정책분석가는 “영유아 보육과 교육에 대한 공공 부문의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과 자녀교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공공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 유도를 통한 민간 어린이집 품질 제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같은 기준ㆍ규제 적용, 영유아 보육시설의 정보공개 강화, 인증제도와 모니터링도입 등이 필요하다.

KDI 김인경 연구위원은 보편적 무상보육 정책에 반대했다. 장시간 시설보육이 불필요한 비근로 여성의 아이에게도 종일제 보육료를 지원하면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소득에 따라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차등하여 지원하되, 비근로 여성의 영유아에겐 보육제 지원을 종일제에서 시간제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편적 지원 대신 취약계층 영유아 대상의 통합적 조기지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양육수당 지급 대상은 영아에 한정할 것을 제안했다.

◇예방의료로 의료비용 줄여라

마크 피어슨 OECD 보건의료담당관은 한국의 ‘불필요한 입원율’이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라고 지적했다.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자들의 건강관리를 돕는 1차 의료 서비스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1차 의료를 강화하면 불필요한 입원율을 낮춰 의료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서 “복수전문과를 갖춘 집단개원(multi-specialty group practice) 형태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 차원에선 예방적 상담서비스와 만성질환 관리서비스의 진료비 상환율을 조정해 1차 의료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행위별 수가제’를 도입하고 의과대학에 복수전문과를 갖춘 ‘1차 의료센터’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행위별 수가제는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하는 제도다. 일련의 치료행위를 묶어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하나의 가격을 매기는 ‘포괄수과제’와 구별된다.

민간 개업의들의 1차진료용 집단개원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무상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집단개원팀에는 사회복지사 등 의료전문가와 심리상담, 정신건강 서비스도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한국에 전문의 중심 체계가 도입되고서 첨단기술과 고가장비,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시스템이 고착돼 1차 의료 발전이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서비스는 비효율적으로 과도하게 제공되고 있다. 초음파 검사가 대표적이다. 이 검사가 일반화되면서 갑상선암 유병률은 2003년 10위에서 2011년에 가장 흔한 암 1위로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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