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고졸취업자에 물어보니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한 지 2년 안팎의 그들은 들떠 있었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 대해 10명 중 7명가량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이후에도 그럴까.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대기업이 나서서 고졸 채용을 장려하면서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고졸 채용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졸 채용이 대졸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지적에서부터 뽑아만 놓고 방치하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손실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고교 졸업 이후 고졸 신화의 꿈을 안고 취업한 이들을 위한 보육 프로그램 마련과 함께 고졸 취업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지난해 9월 취업 시즌을 맞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고졸취업성공박람회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 취업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인문고 출신으로 대우조선해양 생산직에 입사한 이현석(19)군은 “현재 2500만원인 연봉이 매년 500여만원씩 올라 (대졸 출신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7년차가 되면 5500만원이 된다”면서 “이곳에 입사한 걸 영광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무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30대 이상(3명)에서는 같은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을 하거나 즉답을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의 능력이 최우선 가치”라고 말하면서도 고졸 출신에 대한 회사 내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다.
종합고 출신으로 전자업체에서 8년째 일한다는 A(31·여) 대리는 “대졸 출신 취업자들과 비교해 연봉이나 처우 격차가 너무 커 대학을 꼭 나왔어야 했다는 생각을 줄곧 한다”고 토로했다. 공업고 출신으로 자동차 관련 업체에서 26년째 일하고 있는 B(44) 과장도 “(승승장구하는) 대졸 출신들을 볼 때 내가 갖고 있지 않은 ‘학연’이라는 메리트를 갖고 있는 것 같아 부러울 때가 있다”고 했다.
고졸 출신 새내기 직장인들이 부푼 꿈을 깨지 않고 ‘롱런’하게 하려면 숨어 있는 학력 차별 요소까지 없애려는 기업들의 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3-02-12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