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취업의 명과 암] (하) 고졸 취업자 심층설문

[고졸 취업의 명과 암] (하) 고졸 취업자 심층설문

입력 2013-02-12 00:00
업데이트 2013-02-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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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적응 위해 다양한 교육시스템 마련돼야”

11일 서울신문이 20~40대 고졸 출신 취업자들을 대상으로 고졸 취업 전반에 대한 심층 면접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고졸 출신의 사내 적응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대학 진학 등 다양한 교육 시스템을 갖춰 고졸자의 자기계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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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취업 시즌을 맞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고졸취업성공박람회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 취업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해 9월 취업 시즌을 맞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고졸취업성공박람회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 취업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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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금융회사에 입사한 김모(20·여) 계장은 “고졸로 함께 입사한 회사 동기들 가운데 학점은행제 등 다양한 대학교육 이수과정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면서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커리큘럼 정보를 알려주거나 학자금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해주는 등의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입사한 김민석(19)군도 “(자산 규모가 150조원인 회사에서) 사내대학 총원은 40명에 불과하다”면서 “인원과 과목을 늘려 더 많은 직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졸 출신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배려’를 주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고졸 취업 인큐베이팅 과정인 ‘중공업사관학교’ 1기인 이현석(19)군은 “첫 번째 생도이다보니 아직 교육 과정이 미흡하고 전반적으로 체계가 덜 잡힌 느낌이 있었다”면서 “2기부터는 계획한 대로 물 흐르듯 유기적으로 운영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 계장은 “고3 시절이던 2011년 7월부터 직장에 다니게 돼 1학기가량 남은 학교 생활을 하지 못했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 친구들과 정을 쌓으며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졸 출신 직장인은 “고졸자의 경우 동아리 활동이나 학과 선후배 관계 등 다양한 대학 문화 등을 경험하지 못하고 바로 회사로 온 친구들”이라면서 “이들에게 곧바로 대졸자 수준의 책임감이나 사회성을 요구하는 것은 때론 회사를 그만두라는 압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여전히 만연한 학력 차별에도 불안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김영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공기업인 기술보증기금이 보증 기준으로 활용하는 기술평가표 34개 평가기준에 경영진의 ‘학력 및 경력’이 포함돼 있다고 폭로해 파장을 낳았다.

이는 특급과 고급·중급·초급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특급을 받으려면 해당 기술분야의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15년 이상 해당 분야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고졸기술자는 경험을 쌓고 노력해도 학력 조건에서 기준 미달이어서 특급기술자가 될 수 없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신한은행도 대출 신청자의 학력이 낮으면 더 높은 금리를 부과해 오다 적발돼 논란이 됐다. 신한은행은 2008년 4월 새로운 개인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하면서 대출 신청자의 학력을 파악해 고졸이면 13점, 석·박사는 54점 등으로 학력에 따라 신용점수에 차등을 뒀다.

또 다른 고졸 출신 직장인은 “고졸 출신 직원들은 늘 ‘학력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내가 공정하게 평가받으며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화두처럼 쥐고 산다”면서 “고졸 출신 사원들이 입사 1~2년 만에 ‘나도 대학에 진학하겠다’며 퇴사하는 것은 대졸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지금의 사회 구조에 실망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산업·경제부 종합

superryu@seoul.co.kr

2013-02-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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