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물가 상승률’ 1%대에도 서민 엥겔지수 급등

‘못믿을 물가 상승률’ 1%대에도 서민 엥겔지수 급등

입력 2013-03-04 00:00
업데이트 2013-03-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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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당근, 양파 1년 전 대비 182.3%, 173.8%, 83.9% 치솟아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까지 떨어졌는데도 시민의 체감물가는 되레 높아졌다.

서민 먹거리와 직결되는 농산물 물가가 급등한데다가 공공요금마저 올라갈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 업체들은 장기 불황을 고려한 듯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을 한동안 자제했으나 최근 정권 교체기를 틈타 인상대열에 줄줄이 뛰어들었다.

◇배추ㆍ양파 2배 넘게 올랐는데 물가는 1%?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2월보다 1.4% 상승에 그친 것은 정책효과와 기저효과가 작용한 덕분이다.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석유류(-0.11%포인트), 축산물(-0.09%포인트)이 인하 효과를 냈다.

비교 시기인 작년 2월에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 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유가가 연일 치솟았다. 작년 3월 시작된 무상보육도 물가상승률을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끌어내렸다.

이 때문에 전년 동월 대비 지표는 체감물가와 동떨어졌다.

특히 식탁물가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물가 상승엔 농산물이 0.32%포인트 영향을 미쳤다.

1년 전보다 신선식품지수가 7.4% 올랐다. 품목별 가격은 배추(182.3%), 당근(173.8%), 양파(83.9%) 등을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 전체 신선채소 인상률은 25.1%다.

신선식품지수는 작년 태풍의 여파가 미친 9월 8.6%, 10월 12.0% 이후에도 11월 8.0%, 12월 9.4%, 올해 1월 9.3% 등 고공행진을 나타냈다.

들썩이는 식탁물가 탓에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가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용으로 지출한 비중인 엥겔지수(20.79%)는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조적으로 소득 상위 20%인 5분위 엥겔지수는 같은 기간 11.83%에서 11.59%로 낮아졌다. 식료품 물가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진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지표만 보면 물가안정 노력이 필요 없어 보일 정도여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라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식료품의 가격변동분을 반영하도록 체감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김보경 물가동향과장은 “5년 단위로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품목과 가중치를 개편하고 있다”며 “2013년 가중치를 개편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물가안정세 계속되긴 어려울 듯

현재와 같은 1%대 물가라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유리한 환경이나 이런 추세가 지속할지는 의문이다.

LG경제연구원 강중구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물가상승률과 환율이 안정된 상태라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이 금리를 내려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물가안정세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기상 악화로 농산물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제곡물가격도 주의해서 지켜볼 대상이다.

또한,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이 작년 12월~올해 2월까지 오름세를 보여 국내 휘발유가격도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이달부터 0~2세와 5세에 대한 무상보육 효과가 사라지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하는 ‘역(逆) 기저효과’도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3~4세 무상보육 확대 시행으로 0.27%포인트 하락해 전체적으로 0.23%포인트 오른다.

공공요금 인상도 발 빠르게 이어져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지난 1월 전기요금은 평균 4.0% 올랐고, 도시가스 요금은 2월부터 평균 4.4% 인상됐다.

기재부는 중앙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을 억제하고, 지방 공공요금은 새 정부 초기에 연쇄 인상이 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와 협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강중구 연구위원은 “작년에 경기가 너무 안 좋아 대부분의 공산품과 서비스가 가격 조정을 작게 했고, 이들이 반사 효과로 물가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물가가 오르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신제윤 기재부 제1차관은 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간부회의를 열고 “오는 금요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물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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