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처벌은 ‘늑장 솜방망이’…작전세력 웃는다

주가조작 처벌은 ‘늑장 솜방망이’…작전세력 웃는다

입력 2013-03-14 00:00
업데이트 2013-03-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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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조사 절차 간소화 방안을 검토키로 해 실현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기존의 ‘늑장 솜방망이’ 처벌로는 주가조작 사범을 뿌리 뽑기 어렵기 때문에 범죄로 얻은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한편, 조사에서 처벌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엄단을 주문한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련 기관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 심리→조사→수사→처벌에 최대 2∼3년…”너무 길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 조사 및 제재는 심리, 조사, 수사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자율규제 기관인 한국거래소는 시세조종(주가조작)과 함께 미공개정보이용, 내부자의 단기차익매매, 부정거래 등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심리에 들어간다.

위법이라는 협의가 있으면 공적규제 기관인 금감원과 금융위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그 사실을 통보한다.

금감원은 증선위의 위임을 받아 계좌추적, 압수, 수색 등 조사 실무를 담당하고 혐의가 인정되면 이를 증선위에 안건으로 올린다.

증선위는 형사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하고 위법 수위가 낮은 경우에는 금융위에 행정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본격 수사를 거쳐 재판으로 진행되는데 보통 주가조작 가담자들이 처벌을 받기까지는 최대 2∼3년이 걸릴 때도 있다.

이 기간에 주가조작 사범은 이미 도주하거나 파산하는 일도 있어 처벌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 법원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적지 않아 처벌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런 지적에 따라 작년 6월 증권범죄에 대해 최고 15년의 징역을 내일 수 있는 양형 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해 3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하면 형량 범위가 징역 9∼15년, 50억∼300억원은 7∼11년, 5억∼50억원은 4∼7년, 1억∼5억원은 2년6월∼6년, 1억원 미만은 1년∼2년6월 등이다.

양형위원회 관계자는 “기준을 시행한 후 형량 변화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과거보다는 형량이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4년새 56.7% 증가

금융당국이 적발한 주가조작 행위에 대한 처벌이 늦어지는 데는 불공정 거래행위 자체가 늘어나는 추세도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이상거래 심리 결과, 금융위에 통보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된 종목 수 기준으로 총 282개로 집계됐다. 2008년 180개에 비해 56.7%나 증가한 것이다.

이중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시세조종 행위가 적발된 종목은 같은 기간 42개에서 92개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고, 부정거래는 0개에서 96개로 급증했다.

불공정 거래 행위 중 미공개정보 이용이 적발된 종목만 77개에서 73개로 소폭 줄었다.

당국도 이런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엄단 의지를 밝힌 이후 처음 금융위에서 거론된 대책이 신속한 집행이 장점인 과징금 도입이란 점에서도 드러난다.

금융당국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적발에서 처벌까지의 기간을 줄이기 위한 특별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절차 간소화를 포함해 신속하고 강력한 제재를 위한 획기적인 제도개선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서는 지난달 시장감시본부 산하에 예방감시부를 신설하고 인터넷 증권방송 등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자동화하는 등 시세조종 세력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주가조작 엄단 의지가 주식시장 상하한가 제도 개선 논의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도입을 추진 중인 ‘종목별 서킷브레이커’ 제도와 맞물려 올해 안에 상하한가 제도의 완화 혹은 폐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한가는 전 거래일 종가의 15% 이상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수 없게 한 제도이지만 최근에는 작전세력이 상한가에 대량 매수주문을 내는 수법으로 개인 투자자를 유혹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부당이익 환수·정부 재원 마련 ‘일거양득’ 되나

박 대통령이 ‘주가조작 적발로 주식 거래 제도화 및 투명화’를 강조하면서 금융위는 과징금 부과 방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주가조작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면 부당이익을 환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재원도 마련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 거래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엄청나다.

금감원이 2011년 6월부터 작년 5월까지 테마주로 분류된 대표 종목 35곳의 거래를 조사한 결과, 거래 참여계좌 195개에서 1조5천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피해를 본 이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였다.

작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테마주 열풍이 불면서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만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 중 상당액이 불법 행위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주가조작을 적발해도 솜방망이 처벌로 풀려나면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과징금만 도입해도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가 조작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새 정부의 각종정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증세가 아니라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새 정부 사업에 추가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과징금 부과도 이런 재원 마련 방안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범을 적발한 뒤 처벌하는 것뿐 아니라 부당이득을 끝까지 추징해 재원마련에 쓰는 동시에 금융거래 중심의 과세 인프라를 구축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말해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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