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필요하면 교체 건의”…금융권 물갈이 예고

신제윤 “필요하면 교체 건의”…금융권 물갈이 예고

입력 2013-03-18 00:00
업데이트 2013-03-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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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택수·강만수·이팔성·어윤대 사정권…”알아서 거취 판단하라”

금융권 공공기관장과 주요 금융지주회사 회장 등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이들의 임기와 관계없이 필요하면 교체해야 한다는 견해를 공식적으로 피력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최근 다시 지배구조에서 내분을 겪는 KB금융지주가 파문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황영기·강정원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비롯한 ‘KB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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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내정자, 공공기관장·지주회장 교체방침 시사

신 내정자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권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남았어도 필요하면 (대통령에) 교체를 건의하겠느냐”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의 질문에 “교체 필요성이 있다면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공공기관장 교체 문제를 꺼내 들자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적절치 않다”며 다소 껄끄러워하다가 거듭하는 질문에 작심한 듯 “그렇다면 말씀드리겠다” 고 입을 연 것이다. 그는 새 정부 국정철학과 맞는지, 기관장으로서 전문성을 갖췄는지 등 두 가지를 교체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신 내정자는 교체 여부를 검토할 대상으로 ▲금융권 공기업 ▲(공기업은 아니지만) 금융위가 임명 제청하는 기관 ▲주인이 없어서 정부가 (대주주로) 들어간 금융회사를 꼽았다.

여기에 해당하는 인사로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먼저 거론된다. 그는 지난해 7월 임기 만료로 퇴임 기자회견까지 열었다가 신임 이사장 후보추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탓에 임기가 1년 연장됐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도 사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임기가 1년가량 남았지만,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MB(이명박) 인사’로 불렸던 만큼 새 정부 출범에 부담을 느껴 신변을 정리할 수 있다.

다른 금융권 공공기관장도 물갈이 인사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5일 임기 1년을 넘기고 물러났듯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의 상당수가 자신의 거취를 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기류가 강하다.

특히 신 내정자와 최수현 신임 금감원장으로 금융당국의 ‘라인업’이 갖춰진 만큼 신 내정자가 취임하면 나머지 공공기관장의 교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신 내정자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금융기관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보느냐”고 묻자 “그분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장 신 내정자(행정고시 24회)보다 행시 선배이거나 동기인 관료 출신 금융 공공기관장의 ‘용퇴’가 거론될 수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인사로는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9회),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16회), 김용환 수출입은행장(23회),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24회) 등이 있다.

◇ ‘ISS 보고서’ 파문도 물갈이 중요 변수

대형 금융지주사 역시 민간 금융기관이지만 공공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물갈이 인사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MB 인사’로 분류되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거센 퇴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둔 어 회장이 금융권 물갈이 인사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KB금융의 ‘ISS 보고서’ 파문으로 촉발된 어 회장 측근 임원에 대한 징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어 미국계 주총 안건 분석기관 ISS에 왜곡된 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을 보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는 어 회장이 직접 영입,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책임졌던 인물이다.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로 ING 인수가 무산되자 박 부사장은 외국계 주주와 투자자에 영향력을 가진 ISS와 접촉했고, ISS는 최근 보고서에서 감독당국과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KB금융의 일부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권은 이번 사안이 박 부사장 개인의 징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어 회장과는 무관하다는 KB금융의 손사래에도 ING 인수 등을 놓고 사사건건 사외이사들과 갈등을 빚은 어 회장에게 영향이 미칠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금융감독원이 나선 점도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금감원은 전날 박 부사장이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ISS에 왜곡된 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진상 조사와 엄중 조치를 경고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이번 일로 어 회장이 일찍 물러난다면 ‘MB 인사’로 불리던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자진 사퇴)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우리금융의 이 회장이 어 회장과 ‘한 배’를 탄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 내정자는 이날 ‘주인이 없어 정부가 들어간 금융회사’를 교체 검토 대상으로 지목, 우리금융을 겨냥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다만,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지난 정권에서 임기를 시작한 금융기관장이 사퇴 압박을 받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이 있다. 민간 금융회사는 ‘관치(官治) 인사’의 논란과 더불어 ‘낙하산 인사’가 재연될 수 있다.

신 내정자는 정무직 고위 공무원이 금융기관장에 취임하는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민주통합당 강기정 의원의 지적에 “결코 좋은 모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대 의견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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