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대리점과 상생…500억 기금 운영”

남양 “대리점과 상생…500억 기금 운영”

입력 2013-05-09 00:00
업데이트 2013-05-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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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주들 반발…”‘갑 횡포’ 근절책 마련해야”

남양유업 대국민 사과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센터에서 남양유업 김웅 대표(오른쪽 다섯번째) 등 임직원들이 ‘영업직원 막말 음성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 대국민 사과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센터에서 남양유업 김웅 대표(오른쪽 다섯번째) 등 임직원들이 ‘영업직원 막말 음성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영업사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 파일이 공개되면서 최대 위기에 직면한 남양유업이 9일 머리를 숙였다.

‘밀어내기’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대리점과 상생하는 방안도 내놨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는 9일 중림동 LW컨벤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지난 4일 홈페이지에 자신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올린 이후 닷새 만이다.

남양유업은 우선 대리점에 대한 지원을 2배로 늘려 연간 5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대리점주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원 제도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논란의 중심이 됐던 밀어내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공동목표 수립제와 반송 시스템을 만들어 원천 금지하겠다고 다짐했다.

대리점 고충처리 기구 운영 의지도 분명히 했고 갈등의 진원인 대리점피해자협의회에 대한 경찰 고소도 취하하고 나섰다.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내놓을 만큼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와 시민단체들은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은 대리점에 했는데 사과는 국민에게 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바뀐 것”이라며 “진정성 없는 대국민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협의회는 또 사측에 ▲제품·파견사원의 속칭 ‘밀어내기’ 등 불법행위에 대한 사죄 ▲대리점주에 대한 사과 ▲근본적 재발방지를 위한 단체교섭과 이를 위한 협의체 구성 지원 ▲피해 대리점에 대한 실질적인 손해배상 등을 요구했다.

이번 ‘남양유업 파문’의 발단은 연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월25일 대리점피해자협의회가 남양유업이 제품을 강매하고 떡값을 요구해 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장을 접수한 것.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남양유업이 대리점주들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경찰에 고발했고, 다음날에는 문제의 대리점주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해 갈등이 깊어졌다.

대리점주들은 지난달에는 홍원식 회장과 김웅 대표이사를 비롯해 고위 임원 및 관계자 10여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어 지난 3일 검찰 조사에 임박해 남양 전 영업사원의 욕설이 담긴 녹음 파일이 유포되면서 결정적 고비를 맞게됐다.

일단 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사태가 당장 수습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법 당국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고 있는 데다 회사 이미지 회복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남양 뿐 아니라 서울우유, 한국야쿠르트, 매일유업 등 우유업계 전체의 밀어내기 관행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검찰도 불겅정해행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소비재 회사로는 치명적인 불매운동도 광범위하게 퍼지는 상황이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한국시민사회연합회 등 150여개 시민사회·직능·자영업단체는 남양유업과 경영진, 대주주가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에게 완벽한 보상을 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편의점 CU·GS25·세븐일레븐 점주 단체 연합회인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도 지난 7일 시작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당분간 지속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등은 제품 떠넘기기를 위한 ‘밀어내기’ 관행이 뿌리깊은 많은 대증적 요법보다 정부 차원의 근원적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갑의 권력 남용과 횡포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했는데 가시를 뽑는 사후 대책 뿐 아니라 가시가 박히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파문으로 남양유업의 주가도 급락해 지난 2일부터 5거래일 동안 시가 총액 1천224억원어치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주당 100만원 이상인 종목을 뜻하는 ‘황제주’ 자리도 내줘야만 했다.

특히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보유주식 6천538주를 총 13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한 소식에 투자 심리는 더욱 냉각됐다.

홍 회장이 2009년 6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보유 주식을 매각하자 증권가에서는 소송에 휘말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고점에서 주식을 팔아치운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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