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근로소득세제 개편 방향 맞다…보완은 필요”

전문가 “근로소득세제 개편 방향 맞다…보완은 필요”

입력 2013-08-11 00:00
업데이트 2013-08-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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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부담 형평성 제고·세액공제 단계적 도입 검토할 만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근로소득세제 개편에 대해 야당은 ‘중산층 세금폭탄’이라고 규정하고 시민단체의 반발까지 합세,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세부담 증가를 아직 실감하지 못한 급여생활자들의 불만과 불안감도 커진다.

세법 전문가들은 정부안에 대해 “큰 방향은 맞다”는데 동의한다. 현행 소득공제 방식이 역진적이고 소득세 부담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인정한 것이다.

다만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세법개정안의 틀에서 볼 때 근로자의 세부담 증가와 비교해 자영업자, 고소득자 등의 부담이 적어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연봉수준에 따라 세액공제를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이번 논쟁이 언젠가 불거져 나올 무상복지의 재원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데 대한 논의의 출발점인 만큼 너나없이 복지확대를 외쳐온 정치권과 각계의 냉철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소득공제는 언젠가 손 볼 제도…조세부담 증가 수용해야”

이번 세법개정안의 핵심인 근로소득세제의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차피 손대야 할 제도였다고 인정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금의 소득공제는 소득세 부담을 낮추는 주범”이라며 “부자가 너무 많은 혜택을 보고 있어 수술이 필요한 제도였다”고 강조했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야당이 세금폭탄이라고 하는데 지적이 과하다. 우리나라는 소득공제 항목이 너무 많다. 이게 비용을 소득에서 빼주는 건데 부유층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바로잡아야 할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조세부담률 증가에 대해서도 사회가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확대를 강조해온 만큼 이를 시행하려면 어느 계층이나 조세부담의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강병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은 “여야가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려면 지금과 같은 낮은 조세부담률로는 안된다. OECD 평균만해도 33%다. 이를 끌어올리려면 중산층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철 교수는 “정부가 세부담 증가의 기준점으로 증가한 연소득 3천450만원이 상위 28%라면 궁극적으로 복지재원을 분담해야 하는 계층은 맞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정서상 3천450만원을 중산층이라고 정부가 밝힌 것은 사회정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은 연소득 7천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가까운 층으로 생각하는데 정부가 세수 분석만으로 ‘3천450만원’을 중산층이라고 하자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졌다는 것이다.

◇”재원분담 불균형 해소책 마련해야…단계적 제도 개선도 검토할만”

그럼에도 세법개정안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것은 복지재원 분담의 불균형, 급격한 제도변화에 따른 거부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중산층 이상 근로소득세 부담 확대로 1조3천억원의 재원을 조성하고 예산 4천억원을 추가해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자녀장려금(CTC) 도입 등에 필요한 돈 1조7천억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소장은 “상대적으로 불공평하다”며 “법인세나 금융거래세 등 고소득층이 혜택을 많이 보는 계층을 거의 건드리지 않아 저항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다른 세목을 손 안대고 근로소득만 수정한다면 누가 반발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정부부터 허리띠 졸라매면서 세출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의사,변호사 등 자영업자와 금융소득이 높은 자산가들을 동참하도록 해야 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준비부족 역시 지적됐다. 정책방향이야 옳다 하더라도 수십년 이어져온 제도를 바꾸려면 충분한 사전예고와 소통 등 컨센서스가 필요했는데 정부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꿨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연소득 3천450만원 근로자에게 연 16만원의 세 부담을 늘리려면 먼저 1억원이상 등 고소득층부터 단계적으로 했어야 했다”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이를 보완할 것을 주장했다.

향후 제도 보완과정에서 기업의 부담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금의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연소득 3억원 이상을 5억원 초과 등으로 세분화해서 세율을 42% 정도로 끌어올리고 낮은 법인 실효부담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현진권 교수는 “세법개정안에서 대기업의 세 부담을 1조원 늘리기로 했는데 국제적인 추세에 맞지 않다”며 “부자와 대기업을 하나로 보는 시각을 수정해야 한다. 국가경제의 핵인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더 덜어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기회에 공짜복지·재원 분담 사회적 합의 이뤄야”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어차피 거쳐야 할 ‘고통스러운 통과의례’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려면 135조원이 필요하고 이를 누군가 분담해야 하는데 모두가 지금까지 남의 일처럼 여겨온 것이 사실이다.

현 교수는 “무상복지 하기로 한다니까 좋아하지 않았나. 어차피 대가를 치러야 하고 어떻게든 세금부담을 늘려야 한다. 사회적으로 합의해 선택할 갈림길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야당을 비롯해 일부 정부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 세금은 정부지출이랑 연계해서 평가하고 봐야 한다. 세금정책만 놓고 보면 모든 세금은 나쁘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세 부담이 싫다면 무상 복지를 포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소장은 단기적이든, 중기적이든 증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그는 “135조원 가운데 48조를 세수로 확충한다고 했다. 세수가 그만큼 늘지 않으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그건 후세에 조세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증세 논의를 솔직하게 해야 할 때다”고 주장했다. 야당도 증세를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협조해야 한다는 당부도 했다.

복지공약의 수술론을 놓고는 이견도 나왔다.

과도한 공짜 복지가 가져오는 자원 낭비가 곳곳에서 나타나는 만큼 이를 파악해 꼭 필요한 사람한테 복지를 집중하도록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재원 부족시 시기를 조정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복지 정도는 우리나라에서 꼭 시행돼야 한다는 견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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