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위기 발발에서 법정관리 개시까지

동양그룹, 위기 발발에서 법정관리 개시까지

입력 2013-10-17 00:00
업데이트 2013-10-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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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동양그룹 오너 일가에 면죄부 논란 예상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무너졌네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동양그룹 5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달 23일 이후 25일만이다.

동양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산 투자자들은 심각한 피해를 면치 못하게 됐고, 법원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오너 일가의 ‘꼼수’에 면죄부를 줬다는 논란에 휘말릴 전망이다.

◇ “동양그룹 몰락, 예견된 결과”

동양그룹의 몰락은 예견된 결과였다.

동양그룹 내부에선 2000년대 중반부터 시멘트와 레미콘 등 주력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서서히 위기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부진이 덮쳤고, 적자가 발생하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

2009년에는 주채권은행이던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서도 구조개선에 착수하는 대신 회사채와 CP를 발행해 빚을 갚고 약정 대상에서 빠졌다.

2011년에는 이자도 부담 못 할 만큼 회사 상황이 악화해 동양증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올해 들어서는 한일합섬, 동양매직을 매각할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

결국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서지간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지난달 23일 오리온그룹마저 등을 돌렸다.

담 회장은 지난달 30일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의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이달 1일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도 법정관리 대상에 포함시켰다.

◇ 동양그룹 CP·회사채, 대부분 개인에 몰려

문제는 그동안 동양그룹이 사실상 회사채와 CP 발행으로 연명해 왔고, 이중 대부분이 주력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갔다는 점이다.

동양그룹이 은행권에서 빌린 자금은 6천여억원 수준인 반면 CP 등 시장성 채무는 2조원을 넘는다.

이중 동양증권을 통해 판매된 투자부적격 등급(투기등급) 회사채와 CP는 1조6천억원이며 90%가량이 개인 투자자에게 팔렸다.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에 따라 이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대적으로 견실한 계열사인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동양그룹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양은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지난 7월부터 1천569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는데, 이중 3분의 2는 9월에 몰려 있고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발행됐다.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해당 상품은 휴지조각이 된다.

동양그룹은 계열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자금난을 겪고 있던 부실 계열사들에 불법 지원을 해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현재현 회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검찰은 15일 동양 계열사 10여곳과 경영진 3~4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 “극적 구제는 없었다”…오너 면죄부 논란 일 듯

하지만 법원이 동양그룹 5개 계열사 모두에 대해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극적인 구제를 기대했던 피해자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기각에 걸었던 희망이 물거품이 된 피해자들은 더욱 그렇다.

그룹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동양시멘트의 경우 추석 연휴 이전에 일부러 들어온 돈을 다 써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신청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자금사정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법원에서 운전자금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으니 350억원이 필요한데 빌려줄 곳이 없다고 했다”면서 “당장 부도가 나도록 할 수는 없으니 마지못해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동양시멘트 노조위원장도 법정관리에 찬성한다고 한다”면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7월까지만 해도 동양파일 등 자회사에 399억원을 출자하고 400억원의 보증을 서는 등 자금 문제를 보이지 않던 회사가 불과 2개월만에 5억원이 없어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게 말이 되냐는 반응도 나온다.

5개사 법정관리인에 현재 대표이사 등 기존 경영진이 선임된 것도 문제다.

한 피해자는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현 경영진을 그대로 앉혀놨다”며 “고통받는 개인투자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피해자는 “현 회장과 경영진은 국민을 상대로 회사채와 CP를 돌려막기하는 등 금융사기를 저지른 인물”이라며 “법정관리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한다쳐도 이들을 법정관리인으로 세운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 신청 기각을 요구해 왔던 동양증권 노조도 이날 아침부터 변호사와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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