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기준 변경> 기준 현실화…카카오 등 벤처기업 ‘숨통’

<대기업기준 변경> 기준 현실화…카카오 등 벤처기업 ‘숨통’

입력 2016-06-09 10:02
업데이트 2016-06-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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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등 대형 공기업도 일괄 제외…자산기준 3년마다 검토 “규제 세분화해 유연성 높여야” 지적도

공정거래위원회가 8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은 그간 경제 규모의 변화와 경제여건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현실화하면서 이제 막 성장 가도에 올라선 IT기업과 바이오의약 기업 등은 숨통을 틔우게 됐다.

하지만 사후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기준이 일괄 상향되면서 자칫 대기업에 대한 규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집단 규제를 산업별로 좀 더 세분화해 유연성을 높이고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정하는 원칙을 구체적으로 정해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카카오·삼성 같은 규제 받아…대통령도 빠른 해결 지시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대기업집단 기준은 1987년 도입 당시 4천억원으로 출발해 계속 늘어나고 있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자산총액 기준이 아닌 ‘자산규모 상위 30위’ 기업을 규제하기도 했지만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다시 총액기준으로 바꿨다.

2002년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이었던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2008년에는 5조원으로 올라가 8년간 유지되고 있다.

2008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은 1천43조원에서 1천559조원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집단 자산합계는 1천162조원에서 2천338조원으로, 대기업집단 자산평균은 14조7천억원에서 36조원으로 각각 101%, 144% 늘어났다.

대기업집단 수도 48개에서 65개로 크게 늘었고 최상위·최하위 집단 간 자산규모 격차가 커지면서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산규모 5조원을 넘겨 올해 4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의 자산규모는 5조1천억원으로 자산규모 1위인 삼성(348조원)의 70분의 1수준이지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삼성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됐다.

카카오가 대기업집단 규제를 받게 되면 인터넷은행 등 신규 사업 진출 등에 제약을 받고 투자나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18일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간합동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런 지적이 나오자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속도를 내서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 기준이 10조원으로 조정되면 최상위·최하위 집단 간 편차는 8년 전과 비슷한 33배로 줄어든다.

◇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은 현행 유지…“경제민주화 지속 추진”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됐지만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공시의무 등 사후규제 기준은 현행 5조원 기준이 유지된다.

부의 부당한 이전을 차단하고 소유지배 구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함으로써 경제민주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공정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공정위는 “3년 주기로 재검토하는 대상은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 여부”라며 규제별 자산 기준 차등화 정책은 재검토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밝혔다.

이번 차등 규제안의 적용 대상 중 하나가 바로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자산규모 5조7천억원으로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대기업집단에서 빠지게 된다.

이전까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도 빠졌지만 차등 적용 방침이 확정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등 관련 규제는 종전대로 받게 됐다.

공정위는 현대그룹에 이어 하이트진로 등 4개 기업을 상대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규제 기준이 일부 차등화됐지만 적용 기준을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높일 경우 폭넓게 규제가 완화되는 만큼 산업별 특성을 반영해 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통산업발전법상의 재벌규제는 자산규모 5조원 기준이 아니라 2조원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을 복수로 정해 집행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공기업집단 일괄 제외…‘자산 208조’ 한전 대기업집단서 빠져

공정위는 사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던 공기업집단에 대해 앞으로 자산규모와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2002년 이후 공공기관운영법, 지방공기업법 등 관련 법에 의해 공정거래법 수준의 규제가 공기업에 적용되고 있다는 이유다.

공기업은 출연·출자기관을 설립할 때 반드시 기획재정부나 주무부처 장관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또 5년간 중장기채무관리 계획을 기재부·주무부처 장관,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만큼 공정거래법이 정한 상호 채무보증 제한 규정의 실효성이 사기업보다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총수가 있는 사기업과 달리 상호·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자본을 만들고자 하는 유인도 적은 편이다.

알리오 등 경영정보 공시시스템을 통해 기업현황, 재무제표 등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이로써 한전(208조), 한국토지주택공사(170조), 한국도로공사(57조), 한국가스공사(40조) 등 대형 공기업들이 줄줄이 ‘대기업집단’의 멍에를 벗게 됐다.

일각에서는 공기업 부실 문제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돼도 불공정행위는 타 법령으로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공기업 방만 운영, 부실 등의 문제는 공정거래법과 무관하다”며 “대형 공기업의 갑질 등 불공정행위는 공정거래법 등으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10조원 기준 적절할까…재검토 기준은

대기업집단·지주회사 자산요건 상향 기준을 좀 더 세부적으로 명시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지난 8년간 GDP 증가율, 지정집단 자산합계·평균액 증가율 등을 기준으로 평균치를 구해 같은 수준의 비율로 자산 기준을 올려잡았다.

공정위는 향후 3년마다 국민경제 규모 변화와 지정집단 자산총액 변화 등을 기준으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과 지주회사 자산요건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특정 지표와 연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고민했다”면서 “GDP 증가율, 지정집단 자산 합계·평균 증가율을 기준으로 해보니 과거 30위로 끊었을 때와 비슷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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