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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물가에 닫힌 지갑, 지난해 외식 폐업 8만 3000곳…치킨집·분식 눈물

[단독] 고물가에 닫힌 지갑, 지난해 외식 폐업 8만 3000곳…치킨집·분식 눈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1-11 18:35
업데이트 2023-01-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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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에도 외식업 막막

작년 폐업 3년 전보다 5000곳↑
치킨·분식집 1만 곳 이상 폐업
한식점 2만 6970개 폐업 최다

치솟는 재료·물류비 감당 못해
음식값 올리니 손님까지 끊겨
1인 가구·간편식…소비 환경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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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만 서울 음식점 1600곳폐업
이달에만 서울 음식점 1600곳폐업 23일 서울시내 한 가게 앞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가 시내 식품위생업소 현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달 1~20일 1600곳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 치킨집, 카페 등 외식 업황이 나빠지고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부진이 본격화한 탓에 폐업한 식당들이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기대됐던 소비가 고물가·고금리 속에 맥을 추지 못하면서 외식업체 8만 3000곳이 지난해 끝내 폐업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원천 봉쇄가 이뤄졌던 2020년보다 5000곳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국민 야식’ 치킨집과 분식집은 폐업이 신규 개업을 뛰어넘으며 1만여 곳이 문을 닫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치솟은 식량난이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원가 부담을 키웠고, 원재료 값의 급등과 빠르게 변하는 소비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치킨집·분식집·주점업·패스트푸드점
위드 코로나에도 개업보다 더 많은 폐업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외식업체 수는 8만 2968개로 전년보다 2000여곳(3.0%) 증가, 3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이 강화됐던 2020년에는 7만 7862개, 2021년에는 8만 583개의 외식업체가 폐업 신고를 했다.

지난해 신규 개업보다 폐업이 더 많은 곳은 치킨, 분식, 주점업, 패스트푸드 등이었다. 치킨집은 지난해 6614곳이 무더기 폐업한 반면 신규로 문을 연 곳은 4623개에 그쳤다. 분식 역시 3742개가 문을 닫아 신규(2892개)보다 폐업이 많았다. 주점업과 패스트푸드점도 각각 2418개, 984곳이 폐업했고 둘다 신규로 내는 점포는 수백개씩 더 적었다.

지난해 신규로 문을 연 외식업체수는 10만 157건으로 위드 코로나 시행 이전인 전년보다 4000개 이상 줄었다. 한식음식점은 2만 7000개 이상이 새로 문을 열었지만 거기에 준하는 2만 6970개가 폐업해 폐업 식당 수가 가장 많았다. 커피·음료점도 1만 5900개 이상이 신규로 생겼지만 못지 않게 두 번째로 많은 1만 1534개가 문을 닫았다.
1만원 이하의 대형마트 치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통치킨이 판매되고 있다. 2022.8.10 연합뉴스
1만원 이하의 대형마트 치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통치킨이 판매되고 있다. 2022.8.10 연합뉴스
외식 물가 8.2% 고공행진 계속
원자재값에 유통비 더해져 식비 껑충 

위드 코로나 시행에도 불구하고 외식업체의 폐업이 급증한 데에는 고물가 속에 더딘 소비회복과 식자재값 상승이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109.28)는 1년 전보다 5.0% 올라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째 5%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외식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2% 올라 여전히 높은 상태다.

그뿐 아니라 식용유지값은 29.4%, 가공식품은 10.3%, 빵·곡물 6.3% 등 식품값이 밀·우유·사료값 등 원자재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물류비·인건비 등 유통비에 더해 껑충 뛰었다. 여기에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마저 23.2% 오르며 소비자와 외식업체를 모두 압박했다. 올 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기준 3.8%로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소비 패턴과 유통 채널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도 가뜩이나 고금리에 허덕이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은 원인으로 분석된다.
외식비도 줄인상
외식비도 줄인상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하는 등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외식비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사진은 24일 서울 시내 한 식당이 옥외 메뉴판에 스티커를 붙여 인상된 가격을 표시해 둔 모습.
뉴시스
외식 물가 30년만 최고
외식 물가 30년만 최고 9월 서비스 물가 상승 속 외식 물가 상승률이 30년 만에 최고치인 전년 동월 대비 9.0%를 기록했다.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음식점 앞에 음식 메뉴 가격이 게시된 모습. 2022. 10. 9. 뉴시스
소비 패턴·유통 채널 변화 대응 미흡
“식재료값 인상→외식값 인상→소비 단절”

정소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거리두기가 해제돼 반짝 좋아졌지만 팬데믹 이후 구인난을 겪고 식재료값도 오르면서 오프라인 기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1인 가구가 증가하거나 간편식이나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어난 점도 타격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제 버거의 등장 등 이젠 더 이상 저렴하지 않은 패스트푸드 가격은 기존 ‘싸고 빠르고 맛있다’라는 경쟁력이 약화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치킨·분식점의 경우 이미 경쟁 과다 상태에서 배달앱의 등장으로 배달 업종이 다양해지면서 대표 배달 메뉴로서 영향을 더 크게 받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치킨의 경우 가격이 크게 오른데 더해 배달 플랫폼 생태계에서의 높은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 증가로 ‘팔수록 손해’를 보는 영업 구조로 소비자와 외식업체가 다 불만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장재봉 건국대 식품유통학과 교수는 “소비 회복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 기간 대출로 버텼던 외식업체들이 식재료값 인상으로 외식값을 올리니 소비자들이 이용을 끊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치킨·분식·한식업 폐업이 증가한 이면의 숨은 의미를 찾아 소비자 선호 분석부터 다시 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최악의 경기라는 올해도 물가 부담은 계속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코로나 이전으로의 소비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외식업계의 불안과 리스크를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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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냉족’ 늘어 마트 냉면 웃고
‘집냉족’ 늘어 마트 냉면 웃고 치솟는 물가에 집에서 간편식 요리로 외식을 대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간편식 냉면이 진열돼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냉면류 매출은 1년 전보다 7.8% 늘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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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0년 12월 22일 서울 중구 황학동 중고주방용품 시장 앞 상점들마다 중고물품들이 가득 쌓여 있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지만 지난해 외식업체 8만 3000곳이 끝내 폐업했다. 박지환 기자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0년 12월 22일 서울 중구 황학동 중고주방용품 시장 앞 상점들마다 중고물품들이 가득 쌓여 있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지만 지난해 외식업체 8만 3000곳이 끝내 폐업했다.
박지환 기자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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