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에 모든 근심은 욕심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욕망은 멈추는 법이 없고, 욕망의 실현을 위해 욕심은 필수적이다. 욕망은 인간으로서 품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나 정체성에 방점이 찍힐 테고, 욕심은 욕망의 하부적인 것으로 현실에서 취할 수 있는 소비의 형태이다.

사람이 욕망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비판을 받아야 할 일이 아니다. 이는 인간이 아직 떨쳐내지 못한 동물성에 있어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어떤 인간이 어떤 욕망을 품고 욕심을 냈는가에 따라 다수 개인의 욕망이 훼손당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한 사람이 품은 욕망과 욕심 때문에 개인·다수에게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이 흔들린다면, 그 사회에는 이미 공공의 선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공공의 영역 안에서 다수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개인적인 욕망과 욕심을 지양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욕심을 실현시킬 때 큰 문제가 발생한다. 공공의 선이 다수의 욕망을 보장한다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개인을 내려놓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욕심을 냈을 때 공공의 선이 무너진다는 얘기가 되겠다. 예를 들어 정치하는 사람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야만 하는 공공의 선을 개인적인 욕심으로 활용한다면 이 나라에는 이미 개인이 욕망할 수 있는 가치관과 정체성에 대한 보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몇몇 개인의 욕망 안에 다수 개인의 욕망이 함몰되었던 역사를 품고 살았다. 지금은 공공의 선을 재건하여 서민으로 불리는 개인의 욕망을 실현시켜줄 것에 대한 기대가 큰 시점이다. 그런 기대감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전과 다를 것이란 믿음에서 출발한다. 지난 정권 5년 동안의 실패는 바로 권력이 부렸던 개인적인 욕심 때문임을 온 국민이 잘 알고 있는 터이다. 대통령의 측근 대부분이 감옥에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공공의 선을 회복하는 일은 바로 권력의 측근이 개인적인 욕망과 욕심을 내려놓을 때 가능할 것이다. 새 정부는 지난 정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대통령이 마지막 특별사면을 사회 전반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감행했다. 지금까지의 스타일로 볼 때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나, 그 내용을 보면 이해 불가한 것들뿐이다. 각종 부정비리에 연루된 자신의 측근과 기업비리, 부정 정치인들이 사면 대상의 대부분이었다. 공공의 선을 구축해야 할 인사들이 오로지 개인적인 욕망과 욕심의 실현을 위해 저지른 부정에 대한, 그야말로 대통령의 특별사면인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의 권한이 크다지만,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용산참사 철거민 5명이 사면받은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형기의 대부분이 지났다. 4년여 억울하게 한 옥살이를 권력측근들의 사면을 위한 방패막이로 삼은 것 같은 인상을 지을 수 없다. 그들에겐 너무 늦은 사면이었고, 다른 그들에겐 너무 빠른 사면이었다. 남의 억울한 옥살이를 자신들의 치부에 대한 관심을 돌리는 데 사용하는 것은 다시 사면받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다름없다. 새로운 정부를 구상하고 있는 인수위도 유감이나 반대의 성명만을 낸 채 행동이 없었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나저나 끝까지 실망을 안기지 않은 MB에게 존경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