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씨줄날줄] 문화재 감정/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문화재 감정/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1-31 00:00
업데이트 2013-01-31 00:4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일본 쓰시마에서 국보급 불상을 훔쳐내 모조품으로 위장한 뒤 부산항으로 ‘당당히’ 들여오는 데 성공한 희대의 문화재 절도 및 위장반입 사건이 화제다. 붙잡힌 범인은 30년 경력을 가진 문화재감정관의 눈을 속일 만큼 감쪽같이 진품을 복제품으로 탈바꿈시켰고, 진품일 수 없는 가격이 매겨진 골동품가게 영수증을 제시해 세금도 내지 않고 세관을 무사통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어떻게 문화재 감정이 그렇게 허술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어느 나라나 문화재의 반출은 엄격한 반면 반입은 어렵지 않은 게 보통이다. 범죄와 연관된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해외에 나가 있던 문화재가 돌아온다는데 굳이 까다롭게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범인이 훔친 불상을 들고 부산행 배를 탄 후쿠오카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감시를 따돌렸다면 우리보다는 일본의 출입국관리와 문화재 당국이 훨씬 더 고민스러울 것이다.

사건의 주인공인 두 점의 불상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명품들이다. 약탈문화재일 가능성이 높으니 돌려주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갔는지는 확인이 어려운 것이 문제다. 바다의 수호신을 모신다는 가이진진자(海申神社)의 여래입상(높이 38.2㎝)은 8세기 통일신라 불상의 대표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국립대구박물관이 소장한 국보 제182호 선산 출토 금동여래입상(높이 40.3㎝)과 비교되곤 하는데, 가이진진자 것이 오히려 세련된 맛을 풍긴다는 평가가 많다. 간온지(觀音寺)의 금동관음보살좌상(높이 50.5㎝)은 조성기가 복장유물 가운데서 발견되어 1330년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성기에는 ‘현세에 재난을 없애고 복을 누리며 내세에 아미타정토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30명이 발원해 주존불로 조성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왜구나,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약탈을 떠올릴 수 있지만 역시 증거는 없다.

출입국 시설의 문화재 감정은 문화재청이 맡고 있다. 보통 서적, 회화, 조각, 공예, 도자, 무구(巫具), 미술·고고·자연사 분야로 담당을 나눈다. 인천공항에는 7개 분야 전문가가 있지만, 부산항에는 4명뿐이다. 불상 절도범에 속은 감정관도 전공이 회화라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출입국 시설에 전 분야의 감정관을 두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대안으로 전문가가 없을 때 전공자에게 사진을 보내는 화상감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아무래도 감정이 정교하기 어렵다. 문화재 감정은 시스템도 시스템이지만 보는 눈이 있는 감정관을 얼마나 많이 길러내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01-31 3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