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열린세상]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의 경우/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의 경우/김정현 소설가

입력 2013-01-31 00:00
업데이트 2013-01-31 00:4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김정현 소설가
김정현 소설가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된 것이 2000년 6월이니 벌써 14년째다. 그런데 그동안의 청문회에 대한 기억은 ‘허탈’ 아니면 ‘분노’가 대부분이다. 오죽했으면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다 나올까. 어느 한 사람,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정책 비전으로 국민에게 기대와 희망을 준 적이 있었던가. 거의 모두가 ‘위법’ ‘탈법’ ‘비리’ 의혹 속에 구차한 모습을 피해가지 못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그런 갖은 의혹 속에서도 청문회에서 걸러진 인사는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미 신뢰와 기대를 잃어버린 인사와 그가 이끄는 부처에 국민의 온전한 수긍이 따를 리 없잖은가. 시작부터 영이 설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 인사청문회에서 거의 빠진 적 없는 단골메뉴인 ‘위장전입’을 보자. 그것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명백한 위법행위이다. 그걸 거의 모든 고위 공직후보자가 공공연히 자행해 왔다. 공직이나 그 언저리에서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 위법임을 몰랐다는 변명은 결코 수용될 수 없는 노릇이다. 기본적인 법을 모르고서 공직을 수행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장전입’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한 위법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그들이 내세운 변명의 요지는 ‘자녀교육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위법’이었다. 즉, 위법은 인정하되 부모로서 자식이 보다 좋은 교육을 받기 바라는 지극한 마음 때문이었다는 감성에 호소해 어물쩍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학교’를 다녀 기어이 ‘힘의 대물림’을 이루고 말겠다는 명확한 고의의 다른 표현이다.

솔직히 한국 사회가 그렇지 않은가. 지연, 학연 등으로 대표되는 연(緣)의 위력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특히 이즈음에는 지연보다는 학연이 더 확실한 고리가 되지 않는가. 그것도 달랑 대학에서의 연보다는 중고등학교에서부터 이어진 끈끈한 연의 위력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짐작하는 바이다.

그래, ‘힘의 대물림’을 바라는 고의라고 무조건 비난할 수만도 없다.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 거의 그러할지니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장전입’이라는 위법을 엄두 낼 처지가 못 된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여력으로, 재주로! 그러니 힘을 가진 이가 자식의 스타트라인마저 달리하겠다고 나서면 속된 말로 눈이 뒤집어지고 억장이 무너진다. 더구나 그건 위법으로 조작하는 출발선이 아닌가. 부가하면 재산증식을 위한 꼼수로서도 마찬가지이고.

지난 13년 동안 ‘위장전입’만으로 청문회에서 걸러진 인사가 있었던가? 명백한 위법인데, 희한한 일이다. 차라리 도마 위에 올려 약이나 올리지 말든가. 문제를 제기해 놓고 입에 거품을 물다가도 어찌된 노릇인지 슬그머니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 게 대부분의 결말이었다. 지켜보던 자들의 무력감은 어쩌란 말인가. 그러니 여야를 불문하고 ‘한통속’ ‘짜고 치는 고스톱’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지금 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뭔가 구리다.

이제 곧 박근혜 정부를 구성할 인사청문회가 시작될 터이다. 다른 건 접어두더라도 일단 위법행위, 특히 위장전입이 문제 되는 인사는 철저히 걸러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국민이 더 이상 무력감에 눌리면 새 정부가 내세우는 ‘희망’은 처음부터 물 건너간 공염불이 된다. 능력보다도 신뢰가 우선이다. 당사자도 이제는 자신의 원죄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일이다. 공직자에 앞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염치는 지켜야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자식에게 떳떳하지 않겠는가. 뭔가,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우스개가 되는 비루함이라니.

이름까지 바꿔 새로운 집권을 시작하는 새누리당이 먼저 각성해야 한다. 특히 법을 잘 아는 율사 출신으로 가득한 정당이 아닌가. 그럼에도 또다시 ‘결정적 흠결 사유는 없는’ 따위로 무조건적 감싸기를 한다면, 다르지 않은 자신을 위한 변명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오해니까 무시한다고? 아니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는 법 없다’는 게 보편적 상식이다.

2013-01-31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