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테러범 8년전부터 주목대상…부실 대응 ‘도마’

런던테러범 8년전부터 주목대상…부실 대응 ‘도마’

입력 2013-05-24 00:00
업데이트 2013-05-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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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용의자 2명 추가 체포…추가 테러 대비 경계 강화

영국 정보당국은 ‘런던 테러’ 주범 1명을 8년 전부터 주시했고, 경찰은 체포까지 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국의 느슨한 대응 태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이번 범행이 이슬람 급진주의 신념에 따른 것으로 보고 용의자들이 알 카에다와 연계된 단체인 소말리아의 알 샤바브에 가입하려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 수사 분주…공모 혐의 2명 추가 체포 = 경찰은 23일(현지시각) 이번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29세의 남성과 여성을 추가로 체포했다.

또 범행장소와 용의자의 거주지를 포함해 6곳을 수색했다.

영국 정부는 추가 테러에 대비해 군부대 시설물, 인구 밀집지역, 교통 중심지 등 주요 지역에 경찰 1천200여명을 투입하는 등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일간지 가디언은 추가 체포로 미뤄볼 때 경찰이 이번 사건을 단독 범행으로 보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 8년전부터 주목했지만…부실 대응 논란 = 정보당국은 테러 주범 등을 ‘주의 대상’ 명단에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가디언과 데일리메일은 국내정보국(MI5)과 경찰이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해 이 사건 주 용의자들을 8년동안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핵심 인물이 아닌 것으로 보고 전면 감시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MI5는 테러 현장 영상에 등장한 마이클 오루미데 아데볼라요(28)가 과거 급진적 내용의 이슬람 팸플릿을 나눠준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그가 6년 전 패딩턴 그린 경찰서 밖 시위에서 영국의 급진적 이슬람단체 성직자인 안젬 초우더리의 뒤에 서 있는 모습도 촬영됐다. 지난해에는 소말리아로 가려다 경찰에 저지됐다고 데일리메일은 소개했다.

이 신문은 아데볼라요가 한 번 이상 폭력 혐의로 구속됐다고 전하고, 고향인 에섹스주 롬포드에서 거리의 갱단 일원이었다는 그의 친구의 말도 덧붙였다.

아데볼라요는 2006년 올드 베일리에서 열린 이슬람신자 4명의 재판과 관련한 시위에서 체포된 적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하원 정보 및 치안 위원회가 MI5와 경찰의 역할을 폭넓게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 용의자들은 누구 = 흑인 아데볼라요는 나이지리아 혈통으로 런던 서남부 램버스에서 태어나 동북부 롬퍼드에서 자랐으며 그리니치 대학을 다녔다.

그러나 22세의 또 다른 용의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슬람 급진주의 성직자들의 설교를 듣고, 서방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는 이슬람 군사조직 사이트를 탐독했다. 영국에서 금지된 급진적 이슬람 단체의 시위에도 참여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불거지면서 아데볼라요를 알고 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폴 리치라는 이름의 한 시민은 트위터를 통해 “아데볼라요와 런던 롬퍼드 외곽에 있는 학교를 함께 다녔다”며 “마음이 아프다. 학교 다닐 때 좋은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변할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이슬람 성직자 초우더리는 “아데볼라요가 수년 동안 우리 예배와 각종 활동에 참석했으나 2∼3년 전부터 연락이 끊어졌다”면서 “그의 이슬람 이름인 무자히드는 ‘전사’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데볼라요는 매우 평화로운 사람이었다”며 “그가 폭력적인 행위를 할 만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런던에서 레바논으로 거주지를 옮긴 급진적 이슬람 성직자 오마 바크리 무하마드도 아데볼라요가 2000년대에 자신의 강연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무하마드는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내게 처음 왔을 때는 이라크 전쟁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을 시점이었다”며 “내가 그에게 영향을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뭔가 일어났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하마드는 이번 사건이 이슬람 해석에 따라서는 정당화될 수도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들의 영상을 봤는데 매우 용감해 보였다”며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현역 군인을 살해한 것이기에 이슬람에서는 정당화될 수 있다. 여기(중동) 사람들에게 아데볼라요는 영웅이다”라고 주장했다.

◇ 희생자는 25세 영국군 = 영국 정부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육군 소속 리 릭비(25)라고 발표했다.

릭비는 2006년 입대한 뒤 기관총 사수로서 아프가니스탄, 키프로스, 독일 등에 파병되고, 특히 2009년까지 아프간 부대에서 2차례 복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릭비의 동료들은 그가 부대 내에서 드럼 연주자였고, 자신의 고향 축구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열성팬이었다고 전했다.

군대 상관인 네드 밀러 준위는 “릭비는 부대 내에서 가장 성격이 좋은 군인이었다”며 “항상 밝은 얼굴로 주변 사람을 즐겁게 했다”고 밝혔다.

릭비의 가족은 “그는 사랑스런 아들이자 남편, 아버지이자 오빠, 삼촌이자 친구였다”며 슬픔을 감추지 않았다. 릭비에게는 두 살짜리 아들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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