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8시간 함께한 미·중 정상…“속얘기 다했다”

이틀간 8시간 함께한 미·중 정상…“속얘기 다했다”

입력 2013-06-09 00:00
업데이트 2013-06-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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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닐런 “만남 시기·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독특했다”섭씨 40도 넘기는 폭염 속 거침없는 토론 이어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기존의 대국과 신흥 대국의 수장으로 만난 두 정상은 할 얘기가 그렇게 많았던 것 같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첫 만남부터 파격적이었다. 7∼8일(현지시간) 이틀간 모두 8시간이나 자리를 함께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이 아닌 캘리포니아주 인공휴양지인 랜초미라지 서니랜즈는 비공식 정상회동을 진행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섭씨 40도를 훌쩍 넘기는 사막의 폭염은 큰 장애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격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것인지, 그리고 국제사회의 질서는 어떻게 구축해나갈 것인지를 놓고 두 정상은 거침없는 토론을 이어갔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공개브리핑에서 “매우 전략적인 대화였다”면서 오바마 2기와 시진핑 10년의 출발점에서 이뤄진 이번 회담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정상회담의 세팅이나 스타일, 시기, 협의 내용 등 모든 면에서 독특했다”고 전했다.

◇ 시 주석 취임 축하하면서 ‘파격’ 시작돼

중국의 혁명 5세대의 수장으로 시 주석이 국가주석에 취임한 지난 3월 오바마 대통령은 축하 전화를 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격의 없이 자주 대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미 두 사람은 시 주석이 국가부주석 시절인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에서 반갑게 만난 적이 있다.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정해진 의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답적인 스타일인데 반해 시 주석은 소탈하면서도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특별한 면이 있었다. 실용적인 것을 선호하는 오바마 대통령도 그런 시 주석에 호감을 가졌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잭 루 재무장관을 필두로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존 케리 국무장관을 차례로 중국에 보내 중국과의 관계 증진을 원하는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두 정상은 오는 9월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담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다리기에는 너무 먼 날이었다.

마침 시 주석의 중남미 순방일정과 오바마 대통령의 캘리포니아주 방문일정이 겹치는 점을 착안해 오바마 대통령이 태평양과 가까운 랜초미라지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다고 도닐런 보좌관은 전했다.

시 주석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복잡한 의전절차를 생략한 채 이틀간 서로의 속내를 탐색하며 친분을 쌓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도닐런 보좌관은 “철저하게 개인적 친분을 축적하는 게 목적이었다”면서 “이런 일을 하자면 다자회담 중간에는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8시간(480분)의 의미…철저히 계산된 외교이벤트

두 정상은 이틀간 서니랜즈에서 모두 8시간, 즉 480분이나 함께 지냈다.

비공식 회담이라고는 하지만 양국의 실세 참모들은 거의 모두 동원된 매머드급 외교행사로 공식적인 정상회담을 능가했다.

첫날인 7일에는 외교ㆍ안보ㆍ큰틀의 양국관계 등을 주제로 1차 정상회담과 기자회견, 만찬 등을 이어갔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시작된 이날 일정이 모두 끝난 것은 밤 10시44분이었다. 5시간30분동안 이나 정상 일정이 진행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으로 성사된 양국 수교 과정이 상기됐다. 새로운 세기를 시작하는 중미 관계의 미래가 자연스럽게 화두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서 기후변화 문제와 함께 중국과의 협력과제로 언급한 북한 문제는 이날 만찬에서 심도 있게 논의됐다고 도닐런 보좌관은 전했다.

8일에는 두 정상간 산책과 2차 회담이 진행됐다. 오전 9시 조금 넘어 두 정상은 서니랜즈 내 산책코스를 가벼운 와이셔츠 차림으로 걸었다. 그리고 9시25분부터 11시30분까지 주로 경제 문제를 현안으로 2차 회담을 진행했다.

경제 토론이었지만 최근 양국내에서 관심이 높은 주제인 사이버 해킹 문제 등은 다시 논의됐다고 도닐런 보좌관은 전했다.

도닐런 보좌관과 중국의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8일 오후 이번 회담의 성과 등을 담은 공식 브리핑을 했다. 새로운 대국관계 정립에 성공한 양국의 미래를 진단하는 자리였다.

◇ 오바마, 환송하면서 펑리위안과 만나

이틀간의 회담이 진행되면서 현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한 것은 섭씨 40도가 넘는 사막의 폭염이었다.

두 정상이 참석한 회담을 하는 동안에도 “불편할 정도로 더웠다”는 게 회담장 내부를 다녀온 사람들의 전언이었다.

7일 저녁 만찬 메뉴는 바닷가재와 스테이크 요리였다. 유명한 요리사인 바비 플레이가 조리를 담당했다고 한다. 체리파이가 디저트 메뉴로 나왔다.

이번 회담 내내 아쉬운 장면으로 거론된 것은 ‘퍼스트레이디 외교’가 불발됐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여사가 학기를 마무리하고 방학을 맞는 두 딸을 돌본다는 이유로 워싱턴DC에 남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거의 외부 일정을 하지 않았다. 결국 8일 2차 정상회담이 끝난 뒤 귀국길에 오른 시 주석을 배웅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펑 여사간 만남이 성사됐다.

도닐런 보좌관은 “주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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