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강조한 ‘신형 대국 관계’의 실체는

시진핑이 강조한 ‘신형 대국 관계’의 실체는

입력 2013-06-09 00:00
업데이트 2013-06-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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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대립 대신 공영 추구…중국의 전략적 선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강조한 ‘신형 대국 관계’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실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신형 대국관계에 대해 ‘상호 존중하고 서로 이익과 협력을 추구하는 새로운 관계’라는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언급만 해왔으나 이번 중미 정상 회동을 계기로 윤곽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기존의 강대국과 새로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갈등과 전면적 대립으로 인한 ‘제로섬 게임’을 벗어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공영을 추구해 나가자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전략적 선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신형 대국관계 개념 2010년 첫 등장

이 개념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재임 시절인 2010년부터 중국이 미국과의 각종 고위급 접촉에서 본격적으로 주창하기 시작했다.

그해 5월 중미전략·경제대화에서 다이빙궈(戴秉國) 당시 국무위원이 “양국은 글로벌시대를 맞아 사회제도나 문화전통, 발전단계가 다른 국가들이 서로 존중하고 조화와 협력으로 윈-윈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열어가야 한다”고 처음 언급했다.

미·중 양국은 2011년 후 전 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새로운 대국 관계 형성 원칙에 기본적인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해 2월 부주석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양국은 협력동반자관계를 바탕으로 21세기의 신형 대국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 중국, 신형 대국관계 반복해서 강조

중국 신화통신은 이번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신형 대국관계의 의미를 “전통적인 대국관계를 버리고 국제관계의 이론과 실천의 중대한 혁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대회에서 “앞으로 선진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협력을 넓히고 이견을 원만하게 해결하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건강하게 발전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외교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혔음을 상기시켰다.

시 주석도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미국은 평등, 상호신뢰, 관용, 협력, 공동이익 등에 기초한 신형 대국 관계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반드시 인류의 발전과 진보에 착안해 새로운 사고를 창조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새로운 대국 관계 형성을 추동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중국 전문가들 다양한 해석 내놔 = 중국 전문가들은 중미 간 신형 대국관계에 대해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롼종저(阮宗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중미 양측은 서로 대항하는 것 대신 협력을 선택했다는 것이 이번 양국 정상 만남의 핵심”이라며 “양국 국민의 전략적 선택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력이 각자의 안정과 번영 목표를 달성하는데 유리하다는 인식을 같이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위완리(余萬里) 베이징대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건설적인 협력 동반자관계’에서부터 ‘책임있는 이해 당사자’, ‘적극·전면적인 협력’, ‘상호존중, 공영협력’ 등을 거쳐 신형 대국관계에 이르렀다”면서 “이는 중미관계를 정립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과 장애요인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이 장기적인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데 있어서는 이견과 모순이 많지만 양국의 협력이 충돌로 인한 부작용을 압도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발전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이 신형 대국 관계 형성 원칙에 합의했음에도 이를 의심하는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거듭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 종합국력 키우기 위한 중국의 전략적 선택

중국이 신형 대국 관계를 계속 강조하는 것이 미국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종합 국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에 대한 압박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기치를 들고 있는 ‘위대한 중화 민족의 부흥’을 이룰 최대한의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매우 어려운 관계’ 형성 과정으로 해석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은 국가의 지리적 위치나 크고 작음과 관계없이 제2위 국가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해 왔다”며 “독일, 소련, 일본 등 20세기 세계 제2의 강국이었던 국가는 모두 미국과 마찰을 빚었으며 중국이 바로 제2강국이 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는 세계 최강국과 제2강국이 관계를 정립해 가는 과정”이라면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한 부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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