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비행장치 의존하면서 조종사 위기대처능력 저하”

“자동비행장치 의존하면서 조종사 위기대처능력 저하”

입력 2013-07-16 00:00
업데이트 2013-07-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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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훈련 방식 변화해야한다는 지적 나와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가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방파제에 부딪히기 몇 초 전, 조종사들은 비행기가 너무 낮게, 그리고 너무 느리게 날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종사들이 조사관들에게 말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비행기가 일정한 속력으로 비행하도록 하는 ‘오토스로틀’이라는 제어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맞추어 뒀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했다.

조종사들은 뒤늦게 착륙을 포기하고 복행을 시도했으나 너무 늦었다. 사고로 중국 학생 3명이 사망했고 심한 부상으로 입원 중인 환자는 적어도 14명이다.

이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원인을 규명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사실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사고 항공기의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석음성기록장치로부터 추출해 NTSB가 공개한 정보를 보면 당시 사태가 최근 수년간 발생한 몇 건의 다른 사고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것이 항공 전문가들의 말이다.

2009년에 일어난 미국 뉴욕주 버팔로 근방 콜건항공 제트기 추락사고, 대서양을 건너던 에어 프랑스기 추락사고, 암스테르담에서의 터키항공 제트기 추락사고 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고를 낸 아시아나기 조종사들은 비행기의 비행 속도가 위험 수준으로 낮아지도록 했으며 제때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시아나기 사고를 계기로 “대형 제트 여객기에서 자동화된 비행 통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이 점점 커지면서 조종사들이 비행기를 수동으로 조종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비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또 항공 안전 취약점에 대처하기 위해 안전규제기관인 NTSB의 권고사항을 이행해야 할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충분히 재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해묵은 지적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NTSB는 운항 속력이 낮아지면 항공기 조종석에 이 사실을 알리는 방법을 개선하고 조종사 훈련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현장에서 이런 방침의 이행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십년간 항공 안전이 엄청나게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복잡한 조종석 컴퓨터가 도입된 것이 사망사고 건수 감소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 항공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제는 컴퓨터가 조종사들에게 새로운 문제점들을 던지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미국 델타항공에 오래 근무했으며 대한항공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데이비드 그린버그는 최근 조종사들이 자동비행장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가 “아시아나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의 트라이던트 제트항공기가 1960년대에 자동 착륙을 도입한 이후 조종사들의 수동 비행 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는 계속돼 왔다.

또 새로 개발되는 항공기들이 자동 시스템을 더욱 보강하고 있는 데다가, 위험을 줄이려는 항공사들은 조종사들에게 실제 비행이 아니라 모의비행훈련장치를 통해 수동 비행 실력을 유지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NTSB에서 고위직 조사관을 지낸 그렉 페이스는 조종사들이 자동착륙 등 장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서 실력이 떨어진다며 조종사 훈련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의 항공당국 관계자는 군 조종사 출신인 경우가 많은 한국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수동으로 비행하는 일이 한때 흔한 일이었으나,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이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조종사들이 자동 제어 장치의 사용을 늘리도록 하는 방침이 시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많은 조종사들이 자동비행장치에 익숙해져 있어서 수동비행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다”며 “항공사들이 훈련 프로그램을 대폭 개편해서 수동비행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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