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집단적 자위권 추진 무엇을 노리나

日 집단적 자위권 추진 무엇을 노리나

입력 2013-08-14 00:00
업데이트 2013-08-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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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헌법 안보 성역 일거에 허무는 사실상 ‘개헌 쿠데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이유로 ‘국제사회 전체의 안보 환경 변화를 감안, 일본의 안전을 확보하고 미일동맹과 지역의 평화·안정에 공헌하기 위해서’라고 대내외에 밝혀왔다.

아베 총리는 특히 “일본 근해에서 미국 함정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 그 근처에 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자위함이 있는데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미일동맹은 유지할 수 없다”고 집단적 자위권의 필요성을 설명해 왔다.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관철을 위해 2006년 9월 1차 집권하자마 총리 자문기관인 ‘안보법제 간담회’(안전보장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를 발족시켰다.

이 안보법제 간담회는 2008년 6월 ▲미국과 일본이 공해상에서 공동훈련 중에 미 함정이 공격받을 때 자위대 함정이 반격하는 경우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는 탄도미사일을 일본의 미사일 방위(MD) 시스템으로 요격하는 경우 등 4가지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유형으로 제시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로 대변되는 아베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시각을 놓고 비판이 제기됐다. 전쟁포기, 전력보유ㆍ교전권 불인정을 명기한 헌법 9조의 해석까지 바꿔가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기 위해 제시한 사례들이 너무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군사 전문가들은 미군 함정이 공해상의 공동 훈련중에 공격을 받는다거나,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 미사일을 일본 자위대가 요격하는 것과 같은 사태는 실제 군사상으로도 일어나기 힘든 ‘상상’에 불과하다고 꼬집고 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가 재집권하자마자 지난 2월 재가동에 들어간 안보법제 간담회측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최근 20008년 보고서의 ‘4가지 유형’에 국한하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전면 허용 내지는 포괄적 허용을 아베 총리에게 제언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 간담회 좌장 대리인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국제대 학장은 자위권 행사의 전면 허용이 필요한 이유로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이 공중, 해상에서 올 경우 등과 같은 유형은 있을 수 없다. 전수방위라는 것이 맞을 때까지 절대 반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베 내각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 왜 필요한지가 여전히 명료하지 않다.

아베 총리는 마치 집단적 자위권이 일본 방위를 위해 필요한 것처럼 국민을 세뇌하고 있지만, 일본 방위와 안전을 위해서라면 개별적 자위권과 미일안보조약으로 충분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베 내각이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지면 일본은 ‘전쟁을 안하는 평화국가’에서 ‘전쟁을 하는 보통국가’로 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이 전후 견지해온 방위정책의 근간인 ‘전수방위 원칙’도 자동 폐기되고 다시 군사대국화의 노선을 걷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본토에 대한 타국의 공격이 있을 경우 자위대가 미국 본토에 파병돼 전투를 할 수 있게 된다. 지구 반대편에까지 자위대가 파병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유사 사태 발생시 미군과 함께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전투도 벌일 수 있다.

미국이 원할 경우 자위대가 서태평양∼인도양을 커버하는 미국 7함대와 함께 공동으로 군사행동을 전개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태평양 전역이 자위대의 군사 행동반경으로 들어가게 된다.

고이즈미 정권때 내각법제국 장관을 지낸 사카타 마사히로(阪田雅裕)씨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용인되면 일본은 국제법상 적법한 전쟁은 전부 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고 단언했다.

아베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은 한국,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사천리로 강행되고 있다. 일본내의 충분한 국민적인 논의는 물론 동북아 주변국가들과의 의견 절충이나 협의도 없다. 안그래도 역사인식, 영유권 등을 놓고 냉각된 한국, 중국과의 관계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종원 와세다(早稻田) 교수는 “집단적 자위권처럼 민감한 사안은 한·중·일이 모두 참여하는 지역 안보체제 구축 논의 과정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내 ‘평화·호헌’ 세력은 아베 내각이 자위대 발족 이후 60년 동안 지켜져온 해외 무력사용 금지 등의 안보 성역을 일거에 허무는 사실상의 ‘개헌 쿠데타’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헌법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허용은 헌법 9조 자체를 사실상 파괴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일본은 현재 국가 형태가 바뀌느냐 마느냐의 중대 국면에 서 있다.

하지만 집단적 자위권이 아베 정권의 생각대로 일본에 반드시 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자위를 군사력 증강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중국에 또다른 군비확장의 구실을 일본 스스로가 제공하면서 군비 경쟁이 서로 격화되는 악순환에 빠질텐데, 군비확장의 여력이 큰 쪽은 일본보다 중국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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