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케인’도 작품상 놓쳐…‘크래쉬’는 “최악의 선택”
다음 달 열리는 제88회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시상식의 주인공은 아마도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노리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2)가 될 것으로 보인다.20살이던 1994년 ‘길버트 그레이프’로 처음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후 ‘타이타닉’, ‘갱스 오브 뉴욕’, ‘캐치 미 이프 유 캔’, ‘에비에이터’, ‘블러드 다이아몬드’, ‘디파티드’, ‘레볼루셔너리 로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유명 감독의 굵직한 영화들에서 열연을 펼쳐왔지만 유독 오스카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디캐프리오는 지난 10일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며,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고대하고 있다.
아카데미상 역사에서 억울하고 서운해한 것은 디캐프리오만은 아니다.
영국 방송 BBC는 14일(현지시간) 1940년 시상식에서 클라크 게이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과 제임스 스튜어트(스미스씨 워싱턴 가다)가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것을 오스카 역대 최대의 ‘의외의 결과’(upset)로 꼽았다.
당시 남우주연상은 ‘굿바이 미스터 칩스’의 로버트 도냇이 차지했다. 이듬해 스튜어트가 ‘필라델피아 스토리’의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역할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전문가들은 아카데미의 ‘사과’가 아니냐고 의심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레이스 켈리가 ‘이창’(Rear Window) 이나 ‘하이 눈’(High Noon)이 아니라 ‘갈채’(Country Girl)로 여우주연상(1955년)을 받은 것도 의외였다. 당시 NBC 프로듀서들은 ‘스타 탄생’의 주디 갈랜드가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막 출산한 갈랜드의 병원에 취재진을 보내기도 했다.
명성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지 못한 영화로는 ‘최고의 미국 영화’로 종종 선정되는 오선 웰스 감독의 ‘시민 케인’(1942년)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9년) 등이 꼽혔다.
‘시민 케인’은 존 포드 감독의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각각 밀려났다.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을 제치고 ’크래쉬‘가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했을 때 LA타임스는 “아카데미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워렌 비티 감독의 ’레즈‘가 아닌 ’불의 전차‘(1982년), ’아폴로 13‘이 아닌 ’브레이브하트‘(1996년)의 작품상 수상도 ’의외의 결과‘로 꼽혔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는 1973년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말런 브랜도)을 차지했지만, 당시 감독상을 받지 못한 코폴라 감독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BBC는 전했다.
2년 뒤 ’대부 2‘로 감독상을 받았을 때 코폴라 감독은 “2년 전 같은 영화의 전편으로 거의 이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이클 케인, 잭 니콜슨, 대니얼 데이 루이스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29살의 애드리언 브로디(2003·피아니스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의외의 결과였고, 2003년 머리사 토메이가 ’나의 사촌 비니'로 여우조연상을 받았을 때 일부 평론가들은 이름을 잘못 부른 줄 알았다고 평하기도 했다.
연합뉴스